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28명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년 전보다 54명 줄었다. 사고사망만인율은 0.43명으로 역대 최저수준이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와 고령자 사망 비중은 늘어났고, 소규모 사업장 사망자 비율은 여전히 높다. 사망자 감소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이주노동자 대책 내놔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문재인 정부의 ‘사고사망 절반 감소’는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절반은커녕 2017년 963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15% 감축에 그친 초라한 결과다. 여전히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80% 이상이 발생했고, 5명 미만 사업장은 오히려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심의과정에서 ‘5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가 감소하지 않으면 적용제외를 삭제하는 개정에 동의하겠다’는 것이 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정부 입장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을 위한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건설기계·배달 등 특수고용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고사망이 증가한 것이다. 노동부는 산재보험 적용 확대에 따른 통계 반영 증가, 배달물량 증가를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으로 적용대상이 된 특수고용 노동자는 ‘전속성’을 요건으로 직종도 제한되고, 안전보건조치도 일부만 적용했다. 사고가 많은 건설기계장비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예방을 위한 원청 책임은 적용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하위법령이 논의되는 2019년 전면 적용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사고 비중이 높은 굴삭기·덤프 등 건설기계 장비 원청 책임은 명시되지 않았고, 배달운송 노동자의 중개사업주에 대해서는 안전운행 정보를 고지하는 수준으로 도입됐다. 내국인 노동자 대비 30%나 많이 발생하는 이주노동자 산재는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102명이 숨졌다. 전체 사망자의 12.3%에 달하고 있다. 수년간 특별대책 수립을 요구했으나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기계 장비, 특수고용 노동자, 이주노동자에 대한 위험을 수년째 제기했는데도 수용하지 않은 정부는 오늘의 이 죽음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답답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강화를 통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산업재해를 줄여 나가는 출발점이다. 이 출발이 예방을 통한 산재감소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 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배달운송 노동자의 안전배달을 위한 구조적 제도개선, 이주노동자 산재예방 특별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또한 대책 마련에 경총·건설협회 등 사업주단체도 전면 동의해야 한다. 이번에도 막아 나선다면 ‘예방이 중요하다’고 마르고 닳도록 주장했던 사업주단체의 거짓이 다시 한번 드러나게 된다. 노동자·시민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산재통계, 효과적 산재예방정책의 필수 조건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

노동부는 2021년 산재 사고사망 통계를 발표하면서 사고사망만인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 산재통계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이 같은 분석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부도 보도자료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노동부 산재 사고사망 통계는 산재보험 승인 통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산재 사고사망 통계는 ‘2021년에 발생한 산재 사고사망 통계’가 아니라 ‘2021년에 산재보험에서 승인된 산재 사고사망 통계’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는 2021년에 사망했으나 유족이 아직 산재보험 유족급여를 청구하지 않은 사례, 2021년에 사망해서 유족이 산재보험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2021년에 승인되지 않은 사례는 빠져 있다. 반면에 2021년 이전에 사망했으나 2021년에 산재보험에서 승인된 사례는 다수 포함돼 있다. 결국 이번에 발표한 통계는 2021년에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현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노동부 통계에 교사·공무원·군인은 포함돼 있지 않다. 산재 사고사망 통계 구축의 목적은 업무에 기인한 사고사망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교사·공무원·군인이 제외된 통계를 놓고 과연 산재 사고사망 통계라 명명할 수 있는지 심히 의문이다.

산재통계와 관련해 과거 이 지면을 통해 강조했던 주장을 반복해야 할 듯하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하에서 효과적인 산재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산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겠는가. 정확한 산재통계는 효과적인 산재예방 정책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확한 산재통계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엄정한 중대재해 수사와 과감한 지원 필요해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서강훈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가 소폭 줄어들었으나 목표했던 산재 사고사망자 절반 줄이기는 실패했다.

매년 발표하는 산재 사고사망의 특성은 거의 변함이 없다. 소규모 사업장, 불안정한 노동 형태, 고연령, 이주노동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터에서 죽었다.

변화가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정부가 늘 하던 대로 안일하게 산재예방 정책을 수립해 진행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으나 노동현장에서는 안전보건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사고의 81%를 차지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까지 적용유예 됐는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예방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확대와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적용제외된 5명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후퇴시키는 내용의 건의서를 새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라는 결과 발생과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준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처벌하는 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보다 강화된 처벌조건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마저 후퇴하겠다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산재예방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재계의 입맛에 맞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노·사·정이 합의한 산재예방 예산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질적인 산재예방과 감소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집중할 것
손필훈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

▲ 손필훈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
▲ 손필훈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

산재보험 승인을 기준으로 2021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828명, 사고사망 만인율은 0.43을 기록했다.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54명 감소하고, 만인율은 0.03%포인트 낮아졌다. 1999년 산재 사고사망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터의 안전은 개선됐지만, 산재 사고사망 절반 감축을 위한 목표 달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로서는 국민께, 무엇보다 사망한 노동자와 유가족들께 송구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건설업·제조업에서 사망사고가 비교적 크게 줄었지만 서비스업, 특히 운수창고물류 관련 분야에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 택배물류 수요가 급증하고 아울러 종사자의 위험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는 떨어짐, 끼임 사고 감축이 미흡했다. 고령자, 외국인 노동자 사망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일터가 대부분 위험한 건설현장과 중소 제조업체다.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 감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영향권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현장 노사의 안전인식이 변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는 체계가 기본이 돼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도록 정부는 다양한 가이드라인과 자체 점검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하고, 현장지원단을 통한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전국 2만6천여곳의 현장을 일제 점검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정착되도록 조치했다. 안전투자혁신사업을 통해 중소 현장의 위험한 기구기계·공정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도 크게 확대했다. 2021년 7월 노동부 내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감독수사와 지원체계 기반도 더욱 탄탄히 마련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계속되는 중대재해 사건들을 보면, 많은 기업들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더딘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건설·제조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기본적인 안전조치나 건강을 위한 보건조치가 미흡한 경우가 많고, 현장 근로자의 인식 변화도 더욱 필요하다. 정부는 업종별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개선을 위한 기술재정지원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장 감독과 수사도 더욱 체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장에 안전문화가 체화되도록 교육컨설팅, 전략적 홍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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