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유베이스수원지회

김정화(가명)씨는 2001년부터 21년째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노동자로 일해 왔다. 서너 차례 소속 업체가 바뀌긴 했지만 고용승계가 됐고 하는 일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콜센터 도급업체 유베이스에 맡기던 업무를 축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측은 “수원사업장 유지가 불가하다”며 전직과 희망퇴직을 제안했고, 이를 거절한 이들에게는 다른 지역에서 일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를 포함한 36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불이익한 전환배치는 해고에 준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출퇴근만 왕복 4시간, 전환배치 안 돼”
닷새째 사무실 지키는 노동자

16일 금속노조 유베이스수원지회와 유베이스의 설명을 종합하면 노동자 24명은 1월부터 삼성전자서비스와 회사 계약이 일부 축소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12월부터 최근까지 노사는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사측은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와 도급계약이 해지된 CMI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24명에게 같은달 21일부터 부천사업장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이들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점수를 낮게 준 고객의 민원을 받는 업무를 한다.

조합원들은 현재 발령을 거부하고 수원사업장으로 출근 투쟁 중이다. 김씨는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부천사업장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50분 정도 걸린다”며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 한 달에 170만~180만원 받는 노동자들이 다닐 수 있냐”고 호소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도급계약이 유지돼 수원에 남게 된 B2B업무 수행 노동자 12명도 동료들과 함께 투쟁 중이다. 노동자들은 12일부터는 수원 사무실을 지키기 위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수원센터에서 일할 인원이 축소돼 기존 사무실보다 작은 규모의 사무실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회사 “충분한 협의 진행”

지회는 “합의 없는 불이익한 인사발령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단체협약 15조2항은 “업무의 배치전환은 사전에 조합 및 본인과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불이익하게 전환할 때는 합의해 시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법을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회 조합원들은 2일 회사 인사명령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측은 같은달 8일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인사명령 불이행에 따른 징계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유베이스쪽은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 협의체를 구성하고 8차례에 걸친 협의회에서 수원센터 유지를 위한 고객사 유치 과정을 노조에 공유하며 진행했으나 유치가 여의치 않았다”며 “직원의 고용유지와 개인생계 안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수립하고 제시했지만 노조는 사업장 유지 및 고객사 유치시까지 무기한 유급휴가조치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조에서 당사가 직원들에게 원거리 출근을 요청하며 실질적 해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출근거리를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재택근무 제안까지 한 명의 예외 없이 집단적으로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노조쪽은 사측의 주장에 대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노동자들도 있는 데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