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73조는 “사용자는 여성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월경 노동권과 관련한 유일한 조항이다. 우리 사회에서 생리휴가의 법적 권리는 심심치 않게 위협을 받는다. “생리 중임을 입증하라”거나 “대체할 사람이 없으니 다음에 가거나 참아라”는 말 앞에 권리는 무력해진다. 때로는 “여자들은 꼭 휴일에는 생리 안 하고, 주말 끼어서 생리한다”는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생리휴가는 왜 만들어졌고,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생리휴가를 가려면 정말 생리 중임을 입증해야 하는 걸까. 생리휴가는 생리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을까.

1952년 근기법 정부 초안은
‘유급 월 3일의 생리휴가 청구권’ 담아

유급 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다. 1952년 정부가 제출한 근로기준법 초안은 “여성노동자가 청구하면 ‘월 3일의 유급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였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업 부담을 이유로 ‘월 1일의 유급휴가’로 축소됐다. 1989년 근기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자의 청구와 상관없이 주어지던 유급휴가였던 생리휴가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자가 청구해야 사용할 수 있는 무급휴일로 바뀌었다.

생리휴가 사용을 둘러싼 갈등은 과거에도, 지금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국 문화사>에는 1973년 노조가 설립된 C사 사례가 나온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노조설립 전 보건실의 간호원에게 생리 중임을 증명해야만 3개월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었다. 노조가 투쟁해 단체협약에 생리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한 뒤에야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는 2020년 10월 생리휴가를 신청하자 관리자에게서 “다른 회사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기도 한다”며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그해 12월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건보공단 경인3고객센터가 생리휴가를 쓰려는 노동자에게 생리 사실을 입증하라고 하거나 사전신청을 강요한 사례들을 고발했다. 노조는 생리휴가권 침해와 성차별 등을 바로잡아 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대법원 “생리휴가 거부하려면 사용자가 입증해야”

아시아나항공 생리휴가 거부사건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김수천 전 아니아나항공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직원 15명이 138차례에 걸쳐 신청한 생리휴가를 ‘인력부족’을 이유로 거부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2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생리휴가 사용시 생리현상의 존재 여부와 입증 책임이다.

대법원은 “생리현상 존재를 소명하라고 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어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할 수 있다”며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해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근로자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생리휴가 제도를 무용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월경의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운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리뷰’에서 “근로기준법이 생리휴가를 규정한 이유는 여성의 생리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신적·육체적 이상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생리가 원인이 된 이상 반드시 휴가가 ‘생리 기간’에 구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생리휴가 통계도 부재, 관심도 부재

현실에서 생리휴가가 얼마나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여성노동자의 생리휴가 사용률을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관리자패널조사’에서 ‘생리휴가 사용률’을 집계하는데 100명 이상 기업의 대리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동일 조사집단을 추적조사하는 패널조사의 특성상 우리 사회의 생리휴가 사용률 변화양상을 확인하긴 어렵다. 2018년 이후부터는 패널조사 집단 변경과 함께 그마저도 사라졌다.

<월경의 정치학> 저자 박이은실 여성학자는 데이터 부재에 대해 “조사와 연구는 돈이 드는데 월경과 관련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원이 없다는 것은 관심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이 겪는 일은 남성이 겪는 일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도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강예슬·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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