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는 다음 세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과 산업전환으로 기존의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화석연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노동자들과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은 먼 훗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들에게는 정쟁처럼 소비되는 듯하다. 지난 3일 열린 주요 후보 초청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RE100이 뭐죠?”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가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 모두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한다는 국제적 약속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기후위기 문제는 토론에서 논의 진척 없이 헛돌았다.

차기 대통령은 좋든 싫든 임기 내에 발전소 폐쇄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높였다. 정부는 2020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4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겠다고 했지만 바뀐 NDC에 따라 이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무심해서도, 무심할 수도 없는 주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좌담회를 열어 주요 대선후보의 정의로운 전환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사회를 보고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본부장과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참여했다.(가나다 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과 달리 의견을 내지 않았던 국민의힘이 지난 24일 ‘대선 정책공약집’ 산업전환 공약을 공개함에 따라 좌담회 이후 참석자들에게 추가 답변을 받았다.

기후위기 담론형성 안 된 대선
전환 산업은 고임금 정규직 중심
전환 과정에서 경착륙 불가피

사회 :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전환과 고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비호감’ 경쟁뿐인 이번 대선에서 정의로운 전환 의제가 전혀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한재각 : 기후위기에 관심이 없으니 자연히 정의로운 전환 이야기도 안 나온다. 기후위기 이야기를 충분히 해야지 정의로운 전환 이야기가 나온다.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산업을 전환할 필요도 없지 않나. 애초 노동에 관심이 없기도 하다.

이정희 : 담론형성 자체가 안 된 상황이다. 지난 3일 있었던 4자 TV토론에서도 기후위기 문제는 경제정책 하위범주에서 논의됐다. 그 자체로는 쟁점이 안 된다. 기후문제가 후보들 간에도 그렇고, 국민들 표심을 잡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쉽다.

이창근 : 이번 대선은 비단 노동뿐만 아니라 국가운영 전략이나 비전을 둘러싼 경쟁이 사라졌다. 진보정당이 정책경쟁을 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대체적으로 역부족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절실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인식 정도가 높지 않은 탓도 있다.

사회 : 담론 형성이 안 됐다고 하니, 산업전환과 고용위기 현황 진단부터 해 보겠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와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두 산업에서만 90만명 규모의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 보령·고성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고 전북 상용차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현재 산업전환과 고용위기는 어떤 모습인가.

이정희 : 겉보기에 고용 충격은 없다.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석탄발전은 단계적 폐쇄 중이라 몇천, 몇만 단위로 한꺼번에 실직한 노동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남 여수의 호남화력발전소가 폐쇄됐는데 일하시던 분들 320명 중 20명만 일자리를 잃었다. 고작 20명이라는 느낌을 받겠지만 이는 오랫동안 발전소 폐쇄와 재배치를 준비했기에 가능했다.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발생해 취약계층 노동자가 쓸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고착성’과 ‘기술고착성’이 문제가 된다. 2차 협력사나 정규직 전환이 된 자회사의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는 지역에 고착된 노동자다. 여수 발전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가 강릉 발전소에서 일할까?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정부가 올해 NDC를 상향했다. 이를 반영해 올해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면 화력발전 폐쇄일정은 더 당겨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이전해야 하는데, 수용성 있는 사업장이 있을까? 위계별로, 차등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칠 텐데 대책이 없다.

이창근 : 발전소와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발전소의 경우 겉보기에 파장은 잔잔하다. 서천화력 1·2호기, 영동화력 1·2호기, 보령화력 1·2호기, 삼천포화력 1·2호기 등 8기가 폐쇄됐다. 정규직 601명이 고용대기를 하고 전원 재배치됐다. 하청과 비정규 노동자 667명은 22명이 정년으로 나갔고, 39명이 해고됐다. 하지만 지금이 예외적 사례다. 비슷한 시기 다른 발전소가 새롭게 가동한 덕에 (전환배치가) 가능했다. 신서천화력 1호기, 고성 하이화력 1·2호기 준공이 같은 시기에 맞물렸다. 석탄화력발전은 폐쇄될 일만 남았다. 고용 충격을 줄일 수 없다.

내연기관차는 충격이 예측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020년 3월 실태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부품업체는 9천곳, 고용인원은 22만여명이다. 부품업체를 전기차로 전환하면 고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용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감소군, 현행유지가 가능한 유지군,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확대군으로 나눠 살펴보면 감소군은 전체 부품업체 9천개(22만명)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다. 업체수로 보면 4천195개, 노동자 10만8천명이다. 확대군은 4%로 210개사, 9천600명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 시기 전기차 전환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2019년 2.7%, 2020년 4.6%다. 유럽은 2020년 기준으로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10%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용 충격이 눈앞에 다가섰다.

한재각 : 시멘트·전자·운송·항공·조선 등 18개 업종이 위기를 맞이한 산업들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수요가 1단위 증가할 때 유발되는 탄소배출량을 측정한 탄소유발계수에 따라 51개 업종을 1그룹·2그룹·3그룹으로 나눴는데, 이들은 1그룹에 속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압박이 온다면 사라지거나 공정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산업들이다. 종사자는 314만2천명으로 추산한다.

전환 과정에서 파열음이 클 것이다. 1그룹 노동자들은 고임금 남성이 대다수다. 투쟁력 있는 대기업들이 많다. 이들이 강력하게 버티면 연착륙은 어렵다고 본다.

이창근 : 동의한다. 당장 전환이 필요한 일자리들은 질 좋은 일자리들이다. 따라서 전환되는 일자리의 질이 쟁점이 된다. 기존 일자리의 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당사자들이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전환으로 창출된 일자리에서 이제껏 쌓아 온 노동숙련도가 쓸모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예시만 봐도 내연기관 부품과 전기차 부품이 다르다.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과 전기차 부품 생산에서 필요로 하는 숙련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한 수준의 재교육·재훈련이 진행되지 않으면 고용 전환이 어렵다. 높은 수준의 당사자들 대책과 체계적 재교육·재훈련 프로그램,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이정희 : 현장에서는 고용총량이 줄어든다. 지난달 현장을 다니며 태양광·풍력발전 하시는 분들 말씀을 들었다. 실제 설비용량으로 놓고 봤을 때 필요한 인력이 얼마 정도인지를 계산해 보니 풍력발전은 현 상태에서도 화력발전에 필요한 인력의 절반 정도만 필요하다.

에너지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과제다.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공사하면 3~4년 뒤에나 가동된다. 화력발전소 24기를 LNG 발전소로 전환한다는데, 설비 전환에 2~3년이 걸린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한재각 : 잘 부각되지 않는 지적인데, 이들의 심리 치료도 필요하다. 에너지산업 노동자들은 국가 전력을 생산한다는 정체성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사회에서도 산업역군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들을 죄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얼마 전 삼천포에서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지역 노동자들은 심리적 측면에서의 치료와 지원을 요구한다. 전환이 대규모로 일어나면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 심상정 ‘독보적’
이재명, 기후 문제 경제성장에 복속
윤석열·안철수, 빈약하고 방향 역행

사회 :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일찍이 정의로운 전환 관련 공약을 냈다. 두 후보는 민간부문 고용유지 대책으로 전환 대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전환 훈련과 소득지원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환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에 노동자 참여도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24일 공약을 발표해 필요한 경우 맞춤형 교육훈련과 전직·재취업서비스,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중장년 일자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돕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디지털·과학기술을 앞세우며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만 했다.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다면.

이정희 : 심 후보가 독보적이다. 후보등록 때 낸 10개 핵심공약을 살펴보면 심 후보는 첫 번째로 기후문제를 이야기하고, NDC 상향조정과 탄소세 문제를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후 문제를 2번 경제 관련 공약에 포함했다. 성장에 복속되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게 아쉽다. 윤석열 후보는 구체성이 없는 선언적 문구에 그친다. 국가 차원의 산업전환 거버넌스 구축, 사회적 대화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영향받는 일자리는 중장년 일자리뿐만이 아닌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함께 NDC 하향조정도 말했는데 이는 평가할 말이 없다.

기후위기 문제에서 노동쪽에서는 일자리가 어느 정도 없어지느냐, 어떻게 전환할 거냐 하는 과제 중심으로 이야기가 된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성장 위주 정책 때문이지 않나. 기후위기에 대한 본질적 접근은 성장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이 돼야 한다. 기후위기를 산업과 에너지 분야 발전의 기회로 삼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위기에 대한 엇나간 진단이다.

한재각 : 명확한 인식을 가진 후보는 심상정 후보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성장·산업정책의 하위범주로 보고 노동자 재교육과 지원금 지급에 치중한다. 노동전환지원금 지원, 장기유급휴가훈련제도 확대시행, 노동자에게 체계적인 직업재훈련이 대표적이다. 윤석열과 안철수 후보는 인식이 아예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제는 두 가지다. 파편화한 발전사업의 구조를 통합적으로 갖추고, 전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발전산업은 공기업들이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공기업 아래에 협력업체가 있는 구조다. 경쟁하며 비용을 줄이게끔 나눠 놓은 것이다. 일종의 민영화다. 이 상태에서 전환을 맞으면 거대한 혼란과 해고가 불가피하다. 공기업들 간 전환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공기업이 아닌 협력업체나 비정규 노동자는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각자도생해야 한다. 통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틀과 노동자들의 일자리 이동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창근 :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노사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 게 아쉽다. 정의로운 전환은 노사 단체교섭으로 풀어야 하는데 관련 내용이 없다.

산업전환으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정부 위원회 설치 이전에 노사교섭이 발생한다. 기업은 경영권과 관련한 사항이라며 구조조정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지 않으려 한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구조조정은 의무 교섭 의제가 아니다. 그대로 놔두면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법을 개정해 노사 자율교섭에서 산업전환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사 단체교섭에서 구조조정을 의제로 올릴 수 있도록 권한의 실질적 보장과 확대가 필요하다.

자연히 초기업 교섭체제로의 개혁도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은 산업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기업을 넘어선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배적 교섭구조인 기업별 교섭체제로는 이를 다루기가 어렵다. 개별기업 노사는 담합을 통해 정부 규제를 무시하며 전환을 지체시킬 수 있다.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노사와 정부까지 포함한 범국가적 사회적 대화기구가 작동할 것이다. 우리는 전제 없이 만들어진 대화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봤다. 허울뿐인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받는 대화기구를 또 만들 것인가.

사회 :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물론 이재명·심상정 후보도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정의로운 일자리로 기능하려면 어떤 조건이 포함돼야 하나.

한재각 :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종류와 질이다. 앞으로 축소해야 할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는 문제인데 일자리 양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공허하다. 필요한 것은 이창근 연구위원이 말했듯 기존 일자리의 숙련과 새로운 일자리의 숙련 사이 관계에 대한 연구다. 두 일자리 숙련이 어떻게 연계되는지 분석하고, 숙련이 연계되는 사람들을 넘겨 주는 연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심이 없으니 연구가 없고, 연구가 없으니 정책도 없다.

이정희 :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못 넘긴다고 이야기한다. 심상정 후보는 2050년에 50%를 가야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걸 공기업에서 밀어붙일 수가 없다. 지금 신재생에너지사업은 민간업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발전소가 하나 만들어지려면 시간도 걸린다. 부지 확정부터 착공·완공·가동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만만찮다.

이창근 : 미래상에 국민이 공감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전력생산은 메가와트 단위는 공기업을 통해, 킬로와트 단위는 협동조합, 더 작은 생산단위는 가정에서 각자 생산하는 것으로 나누고 있는데 공감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구상이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립 불가능

사회 :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정책으로 원자력발전을 강조하는 윤 후보 공약은 어떤가. 윤석열 후보는 10대 공약 중 공약순위 9번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에서 “탄소감축과 적응 위주의 기후위기 대책을 탄소중립 사회로의 대변환이라는 미래대책과 병행 추진해 국민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다.

한재각 : 정의롭지 않은 이야기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애초 양립이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이 크다고 하는데, 원전은 출력을 수시로 조절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맞춰 출력 조절을 못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력을 조절하려다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터졌다. 원전을 쓴다는 것은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원전 설치 장소 문제가 남는다. 서울에 원전을 짓지는 않으니 지역에 발전소를 놓고 피해를 떠안으라고 강요하게 되는데, 지방을 일종의 서울 식민지로 만드는 일이다.

사회 : 기후변화 산업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의 ‘1실무그룹 보고서’는 3년 전 같은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1.5도 올라가는 시기를 2030~2052년에서 10년 가까이 당긴 2021~2040년으로 수정했다. 유럽 최대 연기금을 운용하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 10곳에 탄소 감축 시행을 제언하는 서한을 보냈다. 정부 준비는 충분치 않아 보이는데, 대선 직후부터 적용해야 할 정의로운 전환 관련 대선 정책을 제안한다면.

한재각 : 두 가지 과감한 제안이 있다. 첫째는 그린 리모델링이다. 공공에서 오래된 집에 단열처리를 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년 이상 건축물이 58.8%다. 20년 전 건축물은 집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보일러를 세게 틀어도 춥지 않은가. 정부가 투자를 통해 바꿔야 한다.

정부가 사적영역에 지원하면 집값만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공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프랑스의 경우 실제로 건물 단열을 지원하고, 단열 처리가 되지 않은 건물은 임대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우리도 2030년까지 건축물의 50%, 2050년까지 100%에 단열처리를 해야 한다.

둘째는 석유 수입 통제를 위한 석유 수입사의 국유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통제해야 한다. 화석연료 수입을 통제하지 않고 배출하는 것만 잡으려니 잘 안 된다. SK·GS칼텍스·SK인천석유화학·현대오일뱅크·S-OIL은 정유사로 원유를 수입하는 민간기업인데, 이들을 국유화해 체계적으로 배출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야 한다.

이 영역 안에 모든 노동자들이 포함돼 있으니 그 산업 분야 규모를 체계적으로 줄이면서 정의로운 전환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정말 재앙적 수준의 위기라면 할 수 있고 가장 해야 하는 정책 아닌가.

이창근 : 반복하고 있지만, 단체교섭과 협약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금속노조 노사가 산업전환 시기 대응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실행하는 산업전환 협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협약들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촉진하고, 협약 체결시 지원하는 정책을 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까지 포괄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없다
기업 중심 전환에 노동자는 개편 대상으로 전락

사회 : 비정규직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제시되지 못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가 실시한 발전 비정규직 설문조사에서 92.3%가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미래차 부품 영역에서는 미래차의 불확실성과 비용부담을 이유로 사내하청이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정규직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은.

이정희 :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도 산업전환에 참가해 노동자의 조건과 기업 수준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들을 대화로 맞춰 나가야 한다. 정부는 기업 주도로 산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공개된 회의 내용은 없지만, 구성을 보면 산자부 장관과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위원장이 돼 철강·조선·시멘트·자동차 등 12개 협회가 참여하는 업종별 협의회를 운영한다. 노동자들은 산업구조 개편의 대상일 뿐이다. 바꿔야 한다.

한재각 : 전환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금들이 지급될 텐데, 지원금 지급 요건으로 고용보장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미래차와 그린뉴딜 구상을 실현하며 정부지원금을 많이 받았다. 여기에 고용 이야기는 없었다. 고용보장 조건을 걸어야 구조조정이 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창근 : 발전사 비정규직 노조는 ‘선 고용 후 교육’을 주장한다. 해고하고 교육시켜 재취업하는 게 아니고, 고용유지를 하고 전환 과정에 필요한 직무교육 훈련을 하자는 거다.

고용유지에 더해 외주화 금지도 포함해야 한다. 현장을 확인해 보면 미래차 부품 생산을 부품업체들이 맡게 되면 부품업체에서도 외주화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세종공업·우리산업·일진다이아몬드·LS전선은 미래차 관련 업무를 수주받으면 외주화한다. 직접고용 노동자의 규모를 유지하고, 전환에 필요한 부품업체는 정부 돈을 받아 부품을 생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안 좋은 일자리를 통해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제까지 발생한 구조조정과 비슷하게 올 거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불안정 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춘 대책이 없으면 이전처럼 이들이 희생당할 것이다.

새로운 대화체 아닌 탄소중립위 고쳐 쓰자

사회 : 이재명·심상정 후보 모두 정의로운 전환 의사결정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며 관련법 제정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거버넌스가 어떻게 구성돼야 할까. 새로운 대화체가 필요할까.

한재각 : 탄소중립위를 전면 개편을 하면서 정의로운 전환 분과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전문가가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중심에 서는 대화체로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탄소중립위는 전문가가 지배하며 기업과 산업계 이익만을 강력하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동자를 비롯해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정희 : 새로운 대화체보다는 탄소중립위 전면 개편을 전제로 한 재구성이 필요하다. NDC 수준을 결정하고 발표하며 목표를 실행하는 데에는 탄소중립위가 정부기관으로서 권위를 가진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구속력을 갖는다. 구속력 있는 거버넌스는 중요하다. 독일에서도 고용 원칙, 전직과 관련한 조건, 훈련기간 동안의 소득지원, 재직한 상태에서 교육받는 경우의 지원 방법, 실직하는 경우 최대 5년치까지 지원한다는 원칙을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만들었다.

노사정 3자뿐만 아니라 지역과 환경단체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이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 완벽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심의와 의결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NDC를 발표하면 업종 간 피드백이 대화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창근 : 동감한다. 노동 관련 대화체를 보면 중앙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지역에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이들이 노동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실질적 기능을 하진 않는다.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민주적 교섭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단체교섭과 초기업 교섭체제를 통해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노사가 평등하게 참여해 전환 관련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고,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촉진해야 한다. 효과가 있으면 이후 관련 업종별 초기업 교섭체제로 발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집단적 권리행사 보장해
산업과 지역·기업·계층 포괄해야

사회 : 각 후보들의 정의로운 전환 공약을 한마디로 총평한다면? 또 이번 대선에서 꼭 반영되거나 보완해야 할 공약이 있을까. 이번 대선이 담야야 할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키워드를 제시해 달라.

한재각 : ‘산업전환’과 ‘노동시간 축소’다. 현재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산업전환은 물론 생산 전체의 축소가 필요하다. 생산을 축소하면 노동시간단축 문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심상정 후보가 낸 주 4일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정희 : ‘포괄’과 ‘환경’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산업·지역·기업을 포괄하는 논의가 돼야 한다. 노동자를 포괄하지 않으면 사측을 부를 수 없거니와 특정 지역·산업·노사 간 담합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미 발전공기업은 각자도생으로 신재생사업을 하고 있고, 자회사인 한전KPS와 협력업체까지 포괄하진 않고 있다.

환경 작업중지권도 고민해야 한다. 작업중지권을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연에 위해를 가할 때에도 사용해야 한다는 정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환경을 우리가 소유한다기보다 우리가 환경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환경과 함께 나아가는 논의들이 확산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창근 :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집단적 권리행사의 보장”이다.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공약·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당사자 의견이다. 노동자·시민·지역·자영업자 같은 이해당사자에게 집단적 권리행사를 충분히 보장하는 게 정의로운 전환이 아닐까. 현재 공약이나 정부대책은 ‘국가가 해 줄게’라며 피해자를 상정하고 구제나 보상 중심으로만 논의됐다. 당사자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정책이 최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결과를 낳도록 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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