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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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두성산업에서 급성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하고 김해시 대흥알앤티에서도 3명이 급성중독 증상을 보이면서 유해·독성물질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은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대흥알앤티 세척공정 관련 작업자 94명에게 23~24일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추가 급성중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전날인 22일에는 대흥알앤티 사업장에서 국소 배기장치 등 작업환경을 확인하고 세척제 시료를 채취해 분석에 들어갔다. 대흥알앤티가 사용한 세척제는 두성산업 세척제를 제조한 업체에서 만들었다. 시료 분석이 끝나지 않아 대흥알앤티에서 쓴 세척제에 트리클로로메탄 성분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급성중독 사고로 사업장들이 유해·독성물질을 얼마나 허술하게 취급·관리하는지 드러나고 있다. 두성산업측은 “트리클로로메탄 성분을 납품업체가 허위로 작성해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조사는 “구두로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사실을 알렸다”며 진실공방을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엉터리로 작성돼 있다는 점이다. 두성산업의 세척제 MSDS에는 문제가 된 트리클로로메탄 대신 디클로로에틸렌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성산업은 그동안 디클로로메탄을 세척제로 사용해 왔다. 디클로로메탄이 환경 관련법에 따라 올해부터 사용 규제 대상 물질이 되자 세척제 성분을 바꾸는 과정에서 더 독성이 강한 트리클로로메탄을 쓴 사실도 확인됐다.

MSDS의 낮은 신뢰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확한 성분을 알아야 특수건강진단 검사나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국내 유통되는 MSDS의 67.4%(2014년 기준)가 비공개다. 구성성분의 명칭과 함유량의 영업비밀 해당 여부를 사업주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어 지난해 1월16일부터 MSDS 제출 및 대체자료 심사제도가 시행됐다. 작성 또는 변경되는 MSDS는 제조 또는 수입 전에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5년간 제조·수입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터라 아직까지 대상 사업장이 많지 않다. 올해는 1천톤 이상 제조·수입량만 사전 심사제가 적용된다.

사전 심사제가 시행되더라도 사용자가 성분을 허위로 작성하면 알 수가 없다. 정부가 해당 물질의 성분을 직접 분석하기보다는 MSDS상 분류가 제대로 됐는지 여부만 보기 때문이다. 조기홍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사업주가 제출한 정보가 제대로 분류했는지만 확인하기 때문에 MSDS 심사를 강화해도 신뢰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이날 세척제 제조사에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했다. MSDS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고 성분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MSDS를 허위로 표기하면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일과건강·경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은 성명을 내고 “전근대적인 급성중독 사고를 막으려면 MSDS 허위·조작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두성산업·대흥알앤티와 유사한 성분의 세척제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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