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15일부터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우려한 대로 ‘노동’은 진보정당 후보들만의 의제가 돼 가고 있다. 진보정당 후보들이 노동자들을 만나 메시지를 내는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비노동’이거나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변화 흐름은 일부 감지된다. 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에서 “노동과 생명 존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노동시간단축과 산업안전 보장을 이야기하며 노동 의제를 꺼냈다.

노동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민생의제’다.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은 모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이며, 국민 절대 다수는 노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남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노동 외면’ 현상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좌담회를 열어 주요 대선후보의 사회안전망·노동안전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사회를 보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참여했다(가나다 순).

언론과 양당제가 만든 노동의제 없는 대선

사회 :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노동의제가 부각되지 못하는 대선 상황부터 진단하고 공약 평가를 시작하고자 한다. 노동의제가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주희 : 언론의 보도 태도와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가 있어서다. 노동의제는 있다. 고용을 넘어선 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노동과 복지정책이 긴밀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기본소득과 시민최저소득이라는, 전과 다른 정책을 이야기한다. 토론을 통해 공약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토론 자체가 많이 없다. 언론도 이런 의제를 크게 다루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 같은 시도가 많이 필요하다.

한인임 : 혁신적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이유다. 사회안전망 확충은 비용을 수반한다. 가진 자가 더 내야 한다. 자본의 반대가 따라온다. 어차피 양당제에서는 양당 중 하나가 승리한다. 거대 여야가 자본의 반대를 감내하기엔 부담이다. 현재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집단은 조직화하지 못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김종진 : 노동은 호감을 갖기 쉽지 않은 의제다.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를 제외하고는 노동공약을 발표한 후보가 없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말에야 노동정책을 발표했는데, 그마저도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소득기반 전 국민 고용보험은 진일보한 정책
플랫폼·프리랜서는 포괄 방법에서 쟁점

사회 : 사회안전망 공약을 보면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고용보험 조기실현과 심상정 후보의 전 국민 소득보험이 눈에 띈다. 소득파악을 전제로 한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신노동법도 있다. 임금노동자뿐 아니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자영업자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보호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공약을 평가해 달라.

김종진 : 진일보한 정책들이다. 현 정부도 코로나19 시기 노동자 보호를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밝혔다. 다만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호는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고 해 미적용 가능성을 남겼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조기 실현하겠다며 모두에게 적용하겠단 의도를 보였다.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같은 ‘노동 밖 노동자’ 또는 ‘제도 밖 노동자’가 늘어나는 사회 변화를 담았다.

한인임 :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고용을 전제로 한 소득이 필요하다. 노동할 의지가 있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취업준비생, 생활이 어려운 전업주부, 노인 등은 고용보험에서 제외된다. 노동의욕이 있는 자들은 소득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포함시켜 보호해야 한다.

이주희 :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은 이들을 자영업자로 보는데 ‘왜 자영업자가 노동자 돈을 가져가냐’는 저항이 발생한다. 소득에 비례해 보호를 받게 되면 가장 도움받아야 할 사람들이 적은 보험료를 내고 낮은 수준의 보호를 받는 점도 문제다.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 높이기부터 우선 하자. 비정규직은 고용보험 가입자가 40%다. 이들부터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가입률을 올려 놓자. 신노동법,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누구를 어떻게, 얼마만큼 보호할지 논의가 필요한데 기본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

김종진 : 소득기반 고용보험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비임금 노동자인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에게 고용보험이 확대됐지만 월보수액이 80만원 미만인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반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다. 현실성 문제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10조9천660억원이었지만 지난해 5조8천188억원으로 줄었다. 재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나 후보들이 이를 두고 맞붙지 않는다.

전 국민 소득보장, 구직급여 강화 병행 필요
선별적 복지 같은 전통적 복지관은 변화해야

사회 : 전 국민 소득보장은 기본소득과 최저소득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내년부터 연간 25만원, 임기 내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 공약을 냈다. 심상정 후보는 중위소득 100% 이하 시민을 대상으로 월 100만원을 보장하는 시민최저소득, 전 국민 소득보험·범주형 기본소득을 묶은 시민평생소득 공약을 내놨다. 윤석열 후보는 기초생활보장 대상 확대와 근로장려세제(EITC) 완화 같은 선별지원 방식을 제시했다. 현실성 측면에서 공약을 평가하고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김종진 : 기본소득·최저소득 공약은 지난 대선에 없던 공약이다. 사회적 흐름을 반영했다. 그런데 지난 4일과 11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전에 없던 흐름, 정책, 쟁점을 부각하고 후보 차별성을 국민들이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언론과 후보들이 쟁점화하지 않았다. 전반적 기본소득은 재정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어 부분·범주형 기본소득으로 수렴하는데,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본다.

한인임 : 기본소득 방향성에 동의한다. 다만 지급액이 미미하다. 실질적 도움은 구직급여 제도 개편으로 가능하다. 현재 구직급여는 연령과 가입기간에 따라 최저 120일, 최대 270일을 받는다. 수급액도 퇴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60%에 불과하다. 취업하는 날까지 충분하게 받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김종진 : 구직급여 강화에 동의한다. 자발적 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청년에 한해 3회, 이재명 후보는 1회 가능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자발적 이직자의 수급 자격을 제한하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에 불과하다. 중요한 노동시장 쟁점이다.

이주희 : 기본소득을 적극 환영한다. 고용과 관계없이 소득을 주는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공약이다. 금액은 적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서 보듯 소득수준이 낮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최저소득은 선별적 복지다. 정치적인 조세저항을 피할 수 없다. 노동의욕도 꺾는다. 중위소득 100%에 소득수준이 걸쳐 있는 사람들은 최저소득을 받지 못해 일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소득 파악 방법도 쟁점이다. 중위소득 100%를 연단위로 파악할지, 월단위 소득으로 파악할지가 문제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가난을 증명한 뒤 근로해야 받는 공공부조형 사회보장제도다. 받는 이에게 낙인을 찍어 받는 이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다. 공공부조형 사회보장제도는 이제 그만 말하자.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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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당연
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 보장 논의해야

사회 :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지만 대선의제가 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고 최저임금 사업장을 지도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과 일치시키고,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5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에서 일할 사람이 많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중위소득에 기초해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저임금 의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이주희 : 최저임금은 회피하고픈 의제다.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융단 폭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의제다. 심상정·이재명 후보의 방향성에 동의한다. 사회 변화를 고려해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의 최저보수 보장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사실 생산적인 최저임금 논의를 위해서는 비자발적 자영업자 축소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자영업자가 감수한다며 논의가 파행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

한인임 : 후퇴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하다. 성장의 과실을 배분한다는 측면에서 최저임금은 좀 더 인상되는 게 맞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OECD 25개국 중 한국이 12위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9위, 국민총소득(GNI)은 세계 5위다. 경제규모에 비해 최저임금 수준이 맞지 않다.

김종진 : 최저임금액은 물가와 경제성장, 소득분배 등에 따라 결정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통상임금과 맞추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주휴수당 폐지와 기본급 현실화라는 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최저임금 결정 방법에 대한 재논의다. 노동계든 사용자든 한쪽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 노·사·공익위원 각각 9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익위원 추천방식의 다양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조금 멀리 본다면, 최저임금에 가구생계비 반영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2010년 1인 가구 비율은 23.9%였지만 2020년은 31.7%로 높아졌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다인 가구 생계비를 고려해야 할까.

전통적 사고에 치우친 출산휴가·육아휴직제
보장 대상 넓히기, 경력단절 없애는 제도 필요

사회 : 출산휴가·육아휴직 공약은 상세하다. 이재명 후보는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와 출산휴가 후 별도 신청절차 없이 육아휴직하는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를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및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6개월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전 국민 육아휴직제를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 공약에 더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85만원으로 인상하고, 직장복귀 후에 육아휴직급여 25%를 지급하는 사후지급금 폐지를 약속했다. 특고·플랫폼·자영업자도 육아휴직 대상으로 포함한다. 공약의 방향성은 올바른가.

김종진 : 공약들이 전통적 고용관계를 가정하고 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에게도 출산과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전통적 고용관계에서도 기업 문화를 이유로 육아휴직 확산이 더디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육아휴직 공시제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3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형태를 공시하는 고용형태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용형태 실태를 파악하고,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육아휴직 공시를 한다면 어느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못 쓰고 있는지 실태가 드러나고 육아휴직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인임 : 성평등 차원에서 육아휴직급여 보장성을 높이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공약 방향이 출산율을 높이는 수단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보육제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다. 혼인과 2세,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사회 때문이다. 보육제도 자체는 잘 돼 있다. 모든 보육을 가정에 맡겨 놓던 시절을 지나 영유아까지 보육시설을 지원하는 사회까지 왔다.

이주희 : 육아휴직 기간을 줄여야 한다. 여성에게 육아휴직 기간을 길게 주면 경력단절을 유발한다.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육아휴직제도 활용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이 3개월 미만일 경우 1년 이상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73.6%였지만 육아휴직 기간이 1년 이상이면 37.4%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후보의 육아휴직 기간 확대는 잘못된 정책이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소득대체율을 낮추자. 심상정 후보가 육아휴직 상한급여를 283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첫 3개월 동안 소득의 100%를 지급하고 이후부터 상한을 둘 필요가 있다. 기존 관념에서 벗어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청년 공약은 쟁점화하며 과잉
핵심은 꾸준한 소득과 주거

사회 : 청년 문제가 의제화하며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안전망 공약만 해도 이재명 후보는 청년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 확대 공급, 위기 청년 및 구직단념 청년 등에게 촘촘한 맞춤형 청년복지를 약속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세대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 도입이 눈에 띈다. 심상정 후보는 청년일자리보장제도로 청년 일자리 30만개 창출, 20살 청년에게 3천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 자발적 퇴사에도 3회까지 구직급여를 제공하는 청년구직급여제, 청년 전월세 무이자 대출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공적연금 통합으로 청년·미래세대 연금 보장을 하겠다고 한다. 공을 많이 들인 듯한데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진 : 청년정책이 과잉됐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청년은 중요하지만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며 관련 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 과도해졌다. 그런데도 노동시장과 관련한 청년정책은 없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 청년할당제를 넣자. 3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노사협의회에는 청년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위원은 정년 퇴임 2~3년을 남겨 둔 노동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의 40%가 청년이면 노사협의회 노측 구성원 40%는 청년이 되는 구조를 만들도록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을 개정하면 좋겠다.

이주희 : 이재명 후보의 청년소득 지원 정책은 동의할 만하다. 심상정 후보의 기초자산제공 정책은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속한 가구의 빚 청산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계층별로 접근 가능한 정보나 환경 차이 때문에 자산운용능력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청년들에게 온전히,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 청년에게 더 도움된다. 정의당의 복지는 전통적 복지관에 갇혀 있다.

한인임 : 청년 문제 핵심인 소득과 주거를 잘 짚었다. 제 첫째 아이가 독립해 서울의 1인 가구가 됐다. 치솟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이자를 내기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라. 기본소득을 받고 무이자대출로 거주지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다. 사실 청년 문제는 사회의 가장 기본 문제잖나.

노동시장 차별 없애는 공약이
곧 성평등 노동시장 공약

사회 : 성평등 일터 조성에는 후보 간 간극이 극명하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별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채용 성차별 사업장 신고와 감독을 강화하고 고용·평등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이재명)이나 담당관(심상정)을 뽑겠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한다. 여성정책은 출산·난임·성범죄 정책에 한정했다. 안철수 후보는 출산~보육 국가책임을 제시했다.

이주희 : 노동시장 성평등은 인구절벽 시기 노동시장 유지 차원에서 절박하다. 성차별적 문화·임금·관행을 해결하지 않으면 여성 노동시장 참여는 요원하다. 실제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 여성들은 노동을 거부한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성평등 관련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성차별 임금 해소를 위해 스웨덴처럼 남성구직자에게 여성지배 직종을 소개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제도로 도입하는 방향을 고려해 볼 만하다. 생계부양자보다 두 번째 임금노동자에게 더 많은 공제를 주는 방식도 있다. 노동시간단축도 간접적 성평등정책이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소득이 적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꿀 수 있다.

한인임 : 여성이 많은 사업장인 병원·콜센터·마트에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고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여성들이 관리자로 올라갈 수 있게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

김종진 : 노동부가 비임금 근로자들에게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비용을 제공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는 비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선정한 직업능력교육훈련을 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제공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 경력단절여성들이 몰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기준 전체 인원 71만8천113명 중 여성이 45만6천83명으로 63.5%를 차지했다. 그런데 노동부가 선정한 교육훈련을 보면 고숙련 일자는 없다시피 하고 일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여가부와 노동부가 함께 관련한 사업을 내면 좋겠다.

현 정부 정책 잇는 산재 관련 공약,
온라인 연결로 인한 사업장 스트레스 짚지 못해

사회 : 산업재해 관련 공약에서 이재명 후보는 OECD 평균 이하 산재사고 사망률을 목표로 원·하청 통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화, 노동안전보건청 설립을 약속했다. 전 국민 산재보험 도입을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겼다. 심상정 후보는 산재보험금 선보장이 눈에 띈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노동자·시민의 알권리,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공약을 내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원청이 잘못한 부분은 잘못한 대로, (현장) 행위자가 잘못한 부분은 잘못한 대로 수사를 통해 책임규명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말에서 ‘수사를 통한 책임규명과 합당한 법집행’이란 인식을 보인다. 산업안전 보건 공약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나.

한인임 : 새롭지 않다. 제대로 된 진단이 없어서다. 근본적인 노동자 사망 통계 분석이 없다. 제일 위험한 노동자들은 소규모 작업장 건설노동자다. 산재 통계를 보면 전체 사고사망자의 절반이 건설노동자고, 이 중 20억원 미만 공사장에서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한다. 발표한 정책으로 이를 막을 수 있을까?

김종진 : 현 정부 정책을 이어 가겠다는 공약들이다. 아쉬운 점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휴일 중 SNS 업무지시, 화상회의 등 디지털로 인한 스트레스가 문제점으로 떠오르는 점을 짚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성남시가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웹젠 등 IT노동자·프리랜서(1천627명)와 일용직 노동자(679명)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5.3회(45.6%)는 퇴근 후 혹은 휴일에 회사에서 SNS로 업무지시를 받았다. 19대 대선에는 감정노동 공약이 있었고 감정노동자 보호조치가 법제화했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 수사를 이야기하는데, 검찰 수사는 민형사상 문제다.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한 조치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별개다.

이주희 : 산재는 대통령의 의지 문제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을 만들어서 기업의 안전의무를 아래로 떠넘기지 못하게 한다. 사고 발생시 원·하청 주체에게 모두 책임을 묻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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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최대 쟁점, 5명 미만 사업장 적용
조심스럽지만 시행 유예 수준으로라도 들어가야

사회 : 산재예방을 위해 사회가 진통을 겪고 만들어 낸 법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중대재해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심상정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적용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가 핵심이다. 이재명 후보는 “관련법을 잘 준수하면 처벌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개정은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법이 기업인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킨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 대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있어야 할까.

한인임 : 우선 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몸통’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치를 살피고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의 말은 이런 메시지를 그대로 말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말은 법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죽여 가며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는 5명 미만 사업장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은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사고 예방 방법도 모르고 능력도 부족하다. 5명 미만 사업장 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김종진 : 5명 미만 사업장을 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게 옳은 방향임은 명확하다.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즉 한 사업장을 5명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는 경우도 있다. 시행을 유예하는 수준으로라도 들어가야 한다. 이마저도 못하면 현실성을 이유로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끝까지 받지 않을 수 있다.

이주희 : 동감한다. 법 적용 범위에 5명 미만 사업장을 포함하면 사업장들이 위험관리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험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역량도 없는 영세사업장이 너무 많다. 단기적으로 5명 미만 사업장을 지원해 주더라도, 산재사고를 제대로 대처할 역량 있는 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공존’이 필요한 ‘전환’ 시기
고용을 넘어 모두에게 안전한 미래를

사회 : 후보들의 공약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단한 키워드로 총평한다면.

김종진 : ‘전환 대 비전환’이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를 사회안전망에 포괄하는 정책이 보인다. 다른 후보들은 아예 없다. 차별성이 명확한 노동정책 중심으로 의제화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5명 미만 사업장 적용, 노동시간단축은 진보와 보수가 갈리는 지점이다.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 이재명 후보는 실질적 노동시간단축으로 4.5일제를 공약했다. 심 후보는 신노동법과 같은 신체제를, 이재명 후보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 기존정책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의제들을 다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후보 선택 기준이 적폐수사 발언이나 대장동으로 흐른다.

한인임 : ‘공존’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수준에서는 선전하지만 내부적으로 공존하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시기다. 보수진영에서도 사회안전망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진보진영에서조차 이를 충분히 담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이주희 : 슬로건으로 하겠다. 고용을 넘어 모두에게 안전한 미래를. 시대적 과제이며, 이를 공약으로 내지 않은 진영에서 반영해야 할 공약이다.

정리=임세웅·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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