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동 실종’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이틀간 일정으로 후보등록이 시작되고 이날로 선거일이 24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유력 대선후보 4명 중 2명은 노동 관련 공약조차 내놓지 않았다.

노동은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민생 의제’다.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사람은 모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이며, 대다수는 노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 시작하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노동 외면’ 현상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좌담회를 열고, 주요 대선후보의 일자리·노동기본권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 공약이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공약집을 중심으로, 공약이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러 발언을 중심으로 의견을 들었다.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사회를 맡고,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가 참여했다(가나다 순).

노동이 대선 의제화하지 않는 이유,
정치권과 노조의 의지·역할 부족 때문

사회 : 대선이 채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일부 후보는 여전히 노동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이 의제화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김성희 : 정치, 선거 문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 특성상 (당선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바꾼다. 현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문제제기를 하는 구도다. 다른 정책 실패가 노동정책 실패로까지 비화한 모양새다. 그 결과 노동공약 평가는 없고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 정책만 나온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공약을 만드는 관계자는 노동을 아예 쟁점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더라. 윤 후보는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정흥준 : 노조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노조가 대선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해와 관계된 사항들을 제안해야 했다. 정치인은 표가 되는 부분에만 시간을 쓰지 않나. 물론 노동이 표가 되느냐와는 별개로, 대선후보가 노동공약과 의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결격 사유다. 지도자의 철학이 없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박명준 : 정치권 의지와 역량의 한계다. 사회·경제체제 전환 시기다. 미래 노동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이 발생할 수도, 불평등을 해소하며 새로운 질서를 마련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통합해 낼 수 있는 패러다임도 정립하지 못했을뿐더러 통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정치권이 문제를 끌어안고 논쟁을 해야 답을 만들 수 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패러다임을 정립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물론 정치공학일 수도 있다. 공약을 안 내놓아도 표가 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 해결하고 사회통합할 ‘좋은 일자리’
표준화한 뒤 산업정책으로 나아가야

사회 : 일자리 공약을 먼저 살펴보면 후보들이 양적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전환적 성장)·윤석열(신산업)·안철수(신성장) 후보는 기업 성장을 바탕으로 한 일자리 창출에 비중을 둔다. 심상정(그린노믹스) 후보는 녹색성장으로 차별화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를 공약했고, 심상정 후보는 전 국민 일자리보장제도 100만개를 내걸며 국가 역할을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연령별 맞춤형 일자리를 제시했다. ‘좋은 일자리’ 개념에서 각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흥준 :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직접적 방법은 사회적 일자리 확대다. 돌봄과 교육, 보건의료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늘린다는 이 후보 공약은 바람직하다. 심상정 후보의 국민일자리보장제도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만 당장 도입하기에는 이르다. 기술진보에 따라 생산성이 극도로 높아져 모두가 일을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될 때 필요한 정책이다.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는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전환시대 일자리는 희생이 필요하다. 희생 없이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차별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 공약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명준 : 일자리 양을 강조하는 공약은 개발독재시기 산업중심 일자리 종속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약이다. (양이 아니라) ‘어떤’ 일자리인지를 내놓아야 한다. 사회통합과 불평등 해결을 염두에 둔 좋은 일자리의 표준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이를 만들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가 그런 시도였다. 일자리를 중심에 놓고 지역·산업 문제까지 포괄해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추진 과정과 결과에서 여러 한계점을 드러냈지만, 그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이 당장 없어지지 않아 일자리 리모델링도 필요한데 관련 정책이 없어 아쉽다.

김성희 : 기업의 일자리 창출 같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책이 없어 아쉽다. 모든 후보가 친기업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만 일자리 질을 높일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기업 규모나 산업 등 외형적 요소만 강조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차별 해소의 문제
공정·평등수당은 현실적 한계 부딪칠 것

사회 : 비정규직 문제는 일자리와 노동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재명 후보는 ‘공정임금’, 심상정 후보는 ‘평등임금’ 개념을 내놓는다. 반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한다. 모두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책과 거리를 두며 임금비례보상(이재명·심상정), 유연화(윤석열·안철수)로 갈리는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명준 : 비정규직 정책의 핵심은 기간제노동의 차별 해소다. 기간제 노동자는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에서 차별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없애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기간제 노동자가 받는 시장임금을 정규직보다 높게 강제해 차별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노동시장은 시장논리로 움직이니 그냥 두겠다는 의도다. 어떤 것도 궁극적 해결은 하지 못한다.

공정·평등임금은 기업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정규직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적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쓴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시장임금이 정규직보다 높도록 강제하면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회피할 수 없다. 기업 부담을 이해하지 않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사측 부담을 완화하며 일자리까지 양질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비시장임금 발전과 시장임금 완화라는 해법을 찾아보자. 상생형 지역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는 일자리 질과 함께 기업의 인건비 부담 문제까지 해결하려 했던 실험이었다. 이런 실험들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김성희 : 이재명·심상정 후보 공약은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구조적 흐름 때문에 작동하기 어렵다.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유도하는 정책보다 간접고용 형태까지 포괄해 보호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간접고용 문제는 이해대변 세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노동시장 해법에 답이 없으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당장 택배노조와 택배회사 간 사회적 합의가 구속력과 지속력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정흥준 :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해답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시작하겠다. 간접고용이 늘어나지만 통계에는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다. 그나마 잡히는 통계들에서는 기간제와 시간제 노동자 증가가 눈에 띈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도 많이 늘어 150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수와 차별을 줄여 사용 유인을 낮춰야 한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실히 하고 공정수당, 적정임금, 동일노동 동일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비정규직 임금을 충분히 보장해 이들을 사용할 유인을 낮추고, 법에 정한 상시·지속업무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입법으로 보완해야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원칙을 못 박고 있는데 고용기간 2년이 넘어도 사람만 교체해 쓰는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

김성희 : 수당으로 해결될 문제일까.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유인을 줄일 수 없으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실성 있는 해법인지 고민이 담길 필요가 있다.

박명준 : 지난해 자동차 부품업체 10곳을 갔다. 그들이 미래차 전환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당연히 간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디지털 시대 미래차 산업에서 간접고용 일자리만 만들어지면 절망스럽다. 사측은 신규사업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고용을 했다가 어떤 후폭풍을 맞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미래차는 부가가치가 낮아 원청에 부품을 납품할 때 단가경쟁을 해야 하는데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더라.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내하청 간접고용이 답은 아닐 것이다. 정규직 고용 원칙은 확실히 하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답을 찾자.

일하는 사람 기본법, 노동자 포괄적 보호하자는 것
노동 개념 정립해 근기법상 용어 정의하며 함께 가야

사회 : 비정규직과 특고·플랫폼 등 다양해지는 고용형태로 인해 이재명·심상정 후보가 ‘모든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공통적으로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는 등 기존 노동관계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모든 일하는 시민을 위한 기본법’ 공약이 갖는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김성희 : 일하는 시민 기본법은 여러 노동 쟁점을 뭉뚱그려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간접고용과 직접고용의 쟁점인 사용자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특수고용직과 1인 자영업자를 사용자 혹은 노동자로 판단하는 쟁점에서 답을 주지 못한다. 내용을 만들지 못하면 특고의 노동자성 판단 문제가 희석된다. ‘모든 일하는 사람’에 자영업자도 있다. 특고를 자영업자에 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명준 : 근로기준법으로만 노동시장을 규율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근로기준법으로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 그들이 가진 권리와 의무 등 고용관계를 정리했는데 현재 기술 발전으로 고용 밖 일자리가 많아졌다. 고용형태도 정규직·기간제·간접고용 등으로 복잡해졌다. 고용 밖 노동과 일자리에 사회적 시민권과 권리를 주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어떻게’다. 아직은 정교한 대안이 없고 미흡하다. 당장 플랫폼노동과 관련해 플랫폼 노동자의 요구와 이해대변 방식 등 쟁점사항을 받아 조금이나마 더 나은 집단적 권리를 형성해 줄 방식을 촉진시켜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더 장려해야 한다. 이를 입법으로 환원하면 총고용 보장, 비정규직 전면 철폐 같은 이야기로 흐를 수 있다.

정흥준 : 현실을 보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관계는 다양화해지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실상 임금노동자인데 특고로 분류되거나 특고인데 임금노동자로 분류되는 오분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정규직 고용형태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는 특고 분류체계 정립이다. 노동자임에도 특고로 분류되는 오분류를 바로잡아 근기법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 소송과 같은 개인의 노력으로 근기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가 판명 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섭권이 없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괴롭힘받지 않을 권리, 모성보호,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모든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분리하고 함께 가야 한다.

박명준 : 덧붙이자면 일과 노동, 근로와 노동 개념이 혼재돼 있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일’은 광범위한 개념이다. ‘근로’는 근로기준법상 용어로 법률적 의미다. ‘노동’은 일해서 대가를 받는 활동이다. 근로·고용관계가 아닌 도급·사업자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모든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고, 이에 기초해 노동자 권리와 처우를 정의해야 한다. 당장 근로기준법에 어느 영역까지 노동자로 볼지, 사용자의 의무는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노동 개념을 파고들어 이런 기준을 만드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주 4일제·4.5일제, 양극화 문제 풀어야
실질적 노동시간단축 논의 우선해야

사회 :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주목받는 노동의제는 주 4일제다. 심상정 후보는 주 4일제,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를 내세운다. 노동시간단축은 시대적 과제로서 유의미하지만 임금삭감, 노동시간 쪼개기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약이 주목받은 이유와 한계를 설명해 달라.

정흥준 : 생산성 향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노동 관리 방식도 달라지는 상황이다. 특정 장소에 출근해 일하지 않아도 꽤나 많은 일이 이뤄진다. 생각보다 수월해 보인다. 다만 법정노동시간을 줄이면 양극화가 일어난다. 작은 사업장, 사람을 만나는 직무 종사자, 비정규직, 취약노동자가 혜택받기 어렵다. 실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해야 취약노동자들 노동시간도 같이 줄어든다고 본다. 유급휴가를 15일에서 25일로 늘리고, 포괄임금제는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폐지하면 자연스럽게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박명준 : 동의한다. 대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정책이 회자된다. 다만 노동시간단축을 법적으로 못 박을 순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지점은 노동시간 주권, 노동 주권에 대한 논의 없이 논의가 이뤄지는 점이다. 노조가 없는 곳은 노동시간 주권과 관련한 결정에 참여하기 어렵다. 기업이 주도하는 노동시간 감축은 노동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이 인력 감축 사유로 사용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정노동시간, 적정한 쉼을 보장하는 제도 논의는 필요하나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는 문제로 담론이 환원되는 것은 우려된다.

김성희 : 정치문법상 돌출적인 뭔가가 필요해 나온 의제다. 문제를 풀 가능성을 두고 화두를 던져야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실질적인 내용이 장착이 안 돼 구호에 그치고 있다.

사회 : 윤석열 후보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폐해가 크다며 ‘주 120시간’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안철수 후보도 주 52시간제가 경직됐다고 발언했다. 어떻게 보나.

김성희 : 윤석열 후보의 ‘120시간’ 발언을 정당이 공약으로 내놓진 않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주 52시간제 폐해가 크다고 했다. 둘 다 같은 맥락에서 주 52시간도 온전히 실현시키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을 깔고 기업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정상이라는 관점을 (공약으로) 내보일 가능성이 높다.

박명준 : 노동시간 감축은 국민적 합의다. 초과노동으로 경제를 이끈다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특정 업종에서 계절적 요인으로 유연화 요구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국면에서는 역사적인 후퇴가 된다.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노동시간 감축 방향이 맞다.

초기업교섭 실질적 확대 필요
초기업적 표준화 임금테이블 있어야 가능

사회 : 집단적 노사관계 공약은 이재명·심상정 후보가 구체적이다. 이 후보는 초기업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효력을 확장하고, 미조직 취약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지역노동복지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심 후보는 단체협약 확장제 실시, 성평등교섭 의무제로 접근했는데 공약을 평가한다면.

정흥준 : 중요성을 잘 짚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서는 초기업교섭 실질화가 가장 중요하다. 단체교섭 효력확장으로 이야기되는데, 초기업교섭은 미조직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사용자가 사용자책임을 갖게 한다. 초기업교섭 지원, 사용자 범위 확대, 공공부문의 선도적 초기업교섭 사례 확대가 중요하다. 덧붙이자면 노조의 의지도 중요하다. 제도가 전부가 아니다. 초기업교섭이라고 해서 노조가 100% 동의할까. 원청의 사용자성을 노조가 주장해야 하는데, 이는 노조의 연대정신과 관련이 있다. 노조가 적극 실천해야 하는 주체다.

박명준 : 기업별노조 체제 극복이 가장 중요하다. 노조 아래에서만 민주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데, 산별노조 체제가 아니라 기업별노조 체제가 지속되니 노동자는 권리 향유를 위해 노조를 결성해야만 한다. 사용자들은 노조를 회피하고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조를 형해화한다. 노조는 존재를 만들고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독일은 노조가 8개밖에 없지만 노조 존재 자체가 초기업적으로 됐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지 않고 가입한다. 큰 틀에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필요한 건 초기업적 표준화 임금테이블이다. 독일은 숙련과 직무, 경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임금테이블을 가지고 교섭한다. 노조가 안 하면 정부라도 이를 촉진해야 노동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쉽고 기업도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성희 : 노조 단체협약 효력확장이 중요하다. 현재 기득권은 효력확장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 이를 건드려야 기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한국형 효력확장제는 기초여건 활성화가 필요하다. 산업별·직종별 표준임금 필요성에 동의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만들어 낼 어떤 기구나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경사노위 두고 여러 채널 만들어야
다양한 고용형태 포섭하고, 노조 적극 참여해야

사회 :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말씀하셨다. 사회적 대화는 주요한 의제이나 이번 대선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박명준 : 사회적 대화는 노조에서는 보편적 정책 참가의 수단으로,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대화를 할 것인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만들며 작은 성공을 했다지만 큰 비전에 있어서는 여전히 실패다. 경사노위 외에 다른 채널을 열어야 한다. 플랫폼노동과 택배 등 고용을 벗어난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의 이해조정 필요가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지역 문제, 디지털·기후 전환 속에서 이해조정 필요는 많아질 것이다.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구속력이 필요하다. 지역노사민정협희회라는 게 예시가 될 수 있다. 상생형 지역일자리에서 활성화했는데 사회적 대화 측면에서 일자리 거버넌스 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성희 : 사회적 대화는 의제가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제도 도입 방법을 논의할 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방향성이 확실할 때 논의된다. 노동이 풀어야 할 숙제를 중심으로 방향성을 확실히 하는 의제를 잡아야 한다.

정흥준 : 사회적 대화 필요성은 커졌다. 일자리·지역 의제, 세대·젠더 갈등, 소상공인 문제가 불거진다. 대선 주요 공약으로 사회적 대화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갈등 치유 해법으로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요한 건 어떻게 대화를 실행하느냐다. 후보 간 차이는 있다. 갈등을 득표 수단으로 삼지 않고 같이 해법을 찾아 나가는 방법의 접근이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윤석열 후보는 부족하다. 한편으로는 노조의 위기다. 지난번 사회적 대화 파탄과도 관련이 있다. 노조도 진지하게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대전환’ 시대, ‘민주적 연대’ 새 질서를
노동 관련 정책의 ‘질적 수준’ 높여야

사회 :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이 담야야 할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가. 키워드로 제시해 달라.

박명준 : ‘전환, 연대, 민주주의’다. 공약과 무관하지만 시대의 키워드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끝난 전환의 시대다.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 역할이 요구되는데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연대의 힘이 개입해 질서를 바꿔야 한다. 사회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수혜를 보고, 희생을 감내하며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민주주의도 필요하다. 노동자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하다. 못한다’고 말할 수 있도록 문화·조직·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정흥준 : ‘대전환’이다. 이번 대선은 낡은 사고와 상식의 대결이다. 반노동은 낡은 사고다. 정의로운 전환의 시기를 대비한 사회안전망과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노조에는 전환기에 판을 주도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노동 문제는 정치인이 해결하지 못한다. 정치인은 노동자만 대변하지 않는다. 표로 판단한다. 상식적인 목소리와 노동의 집단적 목소리가 작아서 아쉽다.

김성희 : ‘질’이다. 공약이 양적 확대에 치중됐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같이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장을 넓히겠다고 하는데 정책의 질적 수준은 많이 낮다. 질 확충의 문제가 뒤따르는데 양과 질의 조화가 이뤄지면 구체성 있고 새로운 비전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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