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3회 노회찬상은 라이더유니온이 수상했다. 다큐영화 <너에게 가는 길>과 <비정규 노동자의 쉼터, 꿀잠>이 특별상을 받았다. 노회찬상은 노회찬 의원의 정신을 이어 사회 약자들의 권리를 확대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추천 형식을 간소화하고 공개적 방식으로 추천을 받았기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단체와 개인이 추천됐다. 추천 단체와 개인들의 활동이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어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2019년 5월1일 노동절에 50여명의 라이더들이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벌이며 세상에 그 존재를 알렸다. 그간 배달앱 기업들은 플랫폼 혁명이라며 혁신의 모범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정작 앱의 호출 명령에 따라 달려야 하는 배달노동자들은 ‘딸배’라는 모멸스러운 호칭까지 들어가며 일하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개별적으로 고립돼 일하기 때문에 단결된 목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뚫고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노동자의 집단적 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머무르지 않고,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하고 기후위기 공동 대응에도 함께 나서는 등 사회연대 활동을 통해 전형적인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새로운 노동통제 기술이 됐다. 이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형식을 뛰어넘는 대응이 필요하다. 라이더유니온의 수상은 노동조합이 시대의 변화를 읽어 내고 사회운동 조직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본다.

다큐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아온 두 어머니가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고백을 듣고 난 이후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어머니는 자식의 ‘커밍아웃’을 듣고 처음에는 당혹해하지만 결국 자식의 실존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자식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식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나서야 한다고 결심한다.

이 영화는 사회적 고립에 처한 성소수자 당사자의 생존투쟁을 넘어, 포용을 통해 혈연적 유대를 넘어 사회적 연대로 확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사회에는 노동과 자본의 모순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시와 규율에 족쇄 채워지고 재갈 물린 이들이 있다.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수자의 목소리가 해방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소수자들은 스스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다. 인정 투쟁에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이루는 큰 싸움이 되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에 노회찬상은 또 하나의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커밍아웃하는 얘기를 들으면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영화의 주인공 나비님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커밍아웃을 받았다면 나는 그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소수자가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는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 또한 어느 영역에서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꿀잠은 비정규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쉼터로 시민들의 모금과 재능 연대로 2017년에 세워졌다. 2015년 8월에 처음 제안돼 2천여명의 시민이 모금에 참여했고, 공간의 철거 및 수리에 1천여명의 시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비정규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은 사전 예약만 하면 꿀잠에서 무료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꿀잠은 문화교육 공간이자 치유 공간이기도 하다.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다.

사회의 곳곳에 공유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유지가 연대의 힘으로 잘 가꾸어지고 운영될 수 있는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이들의 정성이 담겨 있는 꿀잠이 최근 재개발로 인한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철거 반대 투쟁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또 한 가지 우리가 함께 결심해야 할 것은 전국 곳곳에 환대받는 공간을 만들자는 각오가 아닐까. 이 사회는 경쟁이 아니라 우애와 연대의 유전자로 형성된다는 것을 꿀잠은 보여주고 있다.

3회 노회찬상을 수상한 단체들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단결과 연대를 통해 이뤄 낸 성과의 의미가 더욱 확산되고 더 큰 사회적 연대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더라도 노회찬상에 추천된 모든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축하와 감사를 보내며, 그 모든 활동과 노력이 2022년에 더욱 단단하게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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