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경비원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휴식 중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없더라도 업무와 관련된 사망이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경비원의 휴게실이 관리사무소에 인접해 있어 사업주가 지배·관리하는 장소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아파트 경비원 A씨(사망 당시 64세)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떨어져 숨진 채 발견, 사망 경위 ‘미궁’

A씨는 전북 정읍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 9월 오후 9시께 아파트 상가건물 3층 휴게실 밖 복도 창문에서 추락해 뇌출혈로 사망했다. 평소 그는 오전 7시30분부터 하루씩 일하는 격일제로 근무했다. 추락 시간은 오후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야간 휴식 중이었다.

목격자가 없어 사망 경위는 모호했다. 유족은 A씨가 주차문제를 확인하려고 창문 밖으로 상체를 내밀었거나 더위를 피하고자 창문을 열다가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은 흡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공단은 “A씨의 사망을 자살로 볼 근거는 부족하다”면서도 휴게시간 중 발생한 재해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됐다며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평소 언행·습관 등을 볼 때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쌍방 모두 일치한다”며 “밝혀지지 않은 사고로 사망한 것인데, 단순히 휴게시간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이를 업무와 무관한 사망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법원 “휴식시간에 추락해도 업무와 무관치 않아”

그 근거로 재판부는 사고 발생 장소가 관리사무소 내부라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휴게실은 관리사무소와 벽 하나를 두고 나뉘어 있었다. 재판부는 “A씨는 휴식을 취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휴게공간 바깥으로 나와 규명되지 않은 무언가를 하다가 창문으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목격자가 없는 사건에서 A씨의 구체적인 행위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며 “해당 장소에 CCTV 등이 설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증명하지 못하는 것을 유족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차문제를 확인하려다가 추락했다면 업무에 수반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관리소장과 유족을 통해 A씨가 흡연하지 않은 점이 확인돼 공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고는 야간 휴식 및 취침시간 중에 발생했다”며 “A씨는 다음날 새벽 2시에 기상해 다시 경비업무에 투입돼야 했다. 24시간 근무 중에 있는 잠시의 휴식시간을 업무와 완전히 단절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감시·단속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는 공간에서 사망했다면 비록 재해 발생 시각이 휴게시간이더라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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