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지난해 5월 송아지 시료 채취 과정에서 송아지에게 옆구리를 밟혀 갈비뼈가 골절된 적이 있습니다. 인력이 없다 보니 동료를 생각해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하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개최한 ‘현장 실태고발 증언대회’에서 방역사 김기철씨는 “방역사들은 1년에 한 번쯤은 죽을 뻔한 아찔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일하는 방역사들은 최소한의 업무공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사 전광수씨는 “하루 종일 소·돼지 똥밭에 굴러서 온몸에 분변이 묻고 땀범벅이 돼도 샤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씻어야 하는 실정”이라며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는 직원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없다”고 호소했다.

지부에 따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검사원 1명당 1년에 포유류 4만5천956두, 가금류 258만6천827수를 검사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과중한 업무량은 검사 소홀로 이어지고, 국민들에게 안전하지 못한 육류를 제공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원 김현서씨는 “안전한 축산물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검사원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축 사육 정보와 가축전염병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수집하기 위한 전화 상담업무를 맡은 예찰원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예찰원 김성숙씨는 “하루에 120통이 넘는 전화를 해야 한다”며 “업무 과정에서 각종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겪어도 농가와의 유대 관계 때문에 참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방역사 213명과 검사원 139명을 비롯한 조합원 438명을 상대로 업무상 사고 경험을 조사했다. 방역사 122명이 “돼지에게 물리거나 쇠뿔에 받히고 소 뒷발에 차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소나 돼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다가 줄에 쓸려 화상이나 찰과상을 입었다”(67명) “시료를 채취하다가 주사기에 찔렸다”(54명)는 응답도 많았다. 검사원들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원 47명은 “검사를 하다가 칼에 베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도축장에서 미끄러진 적이 있다”(31명) “근골격계 질환이나 손목 질환을 앓았다”(30명)순이었다.

지부는 지난 20일 파업에 들어갔다. 현장인력 충원을 비롯해 △열악한 처우 개선 △비정상적 기관 운영 정상화 △국가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노사정 협의틀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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