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주관하고 사회 각계가 참여해 객관적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검증할 것을 제안한다”며 “검증결과에 따라 택배 관련 분쟁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정부가 이행 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양호”였다. 하지만 노조가 핵심 쟁점으로 지목한 택배비 인상분 배분 문제는 점검 항목에서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체결한 택배노동자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택배현장 불시점검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1월 첫째 주부터 자체 점검을 시작했고 지난 12일부터 3일간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총 25개 터미널이 점검·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부터 택배노동자를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점검 결과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곳은 28%(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 대상 터미널 25곳 중 분류인력이 투입됐지만 택배기사가 일부 분류작업에 참여하는 곳은 12곳(48%),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 투입돼 별도 비용을 지급하는 곳은 6개(24%)였다. 국토부는 “전반적으로 작업강도가 낮아진 것은 확인됐지만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완전 배제돼 작업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이게 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류 전담인력이 충분히 투입된 경우에도 분류인력 숙련도가 높지 않아 오전 9시 이전에 출근하는 기사가 많았고, 전담인력이 분류작업을 제대로 수행한 경우에도 택배기사의 배송경로에 따라 물품을 재배치하는 등 추가 작업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야배송 제한이나 사회보험 가입은 대체로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 대상 터미널에서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산재보험 가입비용도 전액 본사가 부담했다.

노조가 지적한 요금분배 문제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노조는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택배요금 인상분을 이윤으로 빼돌리는 시도를 막지 않는다면 사회적 합의는 얼마든지 사문화될 수 있다”며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요금분배는 노사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류작업에서 배제하고 사회보험료를 본사가 지급하는 게 사회적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배제를 하고 있는지, 보험료를 내고 있는지 결과 지표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노사협의로 요금을 올린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과로방지를 위해 택배비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며 “어떻게 쓸지는 노사가 알아서 하라는 건 합의 주체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핵심 쟁점에 대해 노사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회적 합의 주체였던 여당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정부 점검 결과를 보고 나서 이행점검 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편 한국통합물류협회는 “국토부 발표에 따라 택배노조에서 주장하는 사회적 합의 불이행이라는 파업 근거가 사라졌다고 판단한다”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논평했다. 노조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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