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성·LG 반노조경영 근절, 근참법 개정을 위한 정의당-금속노조 정책간담회. <정기훈 기자>

“투표는커녕 임명된 근로자위원 선거인이 근로자위원을 뽑아요. 사실 위원선거인이 근로자위원을 뽑는지도 모르겠고 모든게 다 비밀스럽게 운영돼 왔어요. 본인이 근로자위원인 줄 모르는 근로자위원도 있고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구성한 LG전자 노사협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위원장이 한 말이다. 유준환 위원장은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는데 노동위원회 심판회의에서 사무직 노동자 의견을 어떻게 받느냐고 물으면 (회사는) JB(Junior Board·주니어 보드)를 통해 받는다고 한다”며 “재량근로제 도입도 JB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직종’ 단위로 노사협의회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사무직군에는 JB란 명칭의 노사협의회를 운영한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직종별로 설치된 노사협의회를 통합하거나 사업·사업장 단위로 설치하고 근로자위원 선거인을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라고 행정지도했지만, 처벌은 할 수 없었다. 근로자참여법에는 선출절차도 명시돼 있지 않고 처벌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엉성한 근로자참여법 탓에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정의당과 금속노조가 근로자참여법 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탄력근로제 도입에, 임금교섭까지”

간담회에 참여한 삼성·LG그룹사 노동자들은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통해 반노조 경영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설정석 노조 LG전자지회장은 “회사가 탄력근로제 같은 노동자 근로조건과 직결된 제도를 시행하면서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해, 3년째 적용하고 있다”며 “직접고용된 2019년 7~8월은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68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임원위 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장은 “회사는 근로자위원을 비상임으로 하는 등 개선을 약속하며 (근로자위원을) 현장발령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들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지회장은 “하루 휴가를 주고, 법인카드 예산 5만원 지원을 해 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직원들 사이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그런데 이 결재를 (노사협의회) 지역구위원들이 받도록 했다. 지역구위원은 간부가 아닌데, 노사협의회의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스태프이자 노사협의회 지역구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영삼(가명)씨는 “노조원임을 공개했더니 ‘빨간맛’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저번주에는 근로자대표가 저에게 전화를 해 지역구위원 사임을 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현석 노조 전략조직부장은 “노사협의회와 회사가 임금교섭을 하며,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2021년 3월에도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일방적으로 임금조정 협의를 진행해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사협의회와 협의한 협상 결과에서 1% 인상한 안을 계약서에 써 서명했다가 다시 인상률을 낮추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근로참여법 위반시 처벌 강화해야”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부실한 근로자참여법으로 인해 사측의 근로자위원 선출 개입, 사측의 근로자위원 재정 지원, 노사협의회와 임단협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자격 없는 노조가 근로자위원을 위촉하거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도 법상 처벌조항이 없다”며 “처벌조항이 있는 경우도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이지, 시정명령의 원인이 된 행위(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근로자참여법 11조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위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근로자위원 선출에 개입·방해하는 경우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최대 5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노조가 있는 곳은 과반수노조가 아니더라도 노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노사협의회가 노조를 무력화하는 제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