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발제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성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자 내용의‘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기존 노동관계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차원이다.

이와 관련해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자칫 근로기준법과 같은 기존 노동관계법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을 개정해 일하는 사람들을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에서는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플랫폼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플랫폼종사자법)을 추진하는 등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는 다양화한 고용형태만큼이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문가와 노동계 등으로 구성된 ‘100인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차기 정부서 법 만들어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장 의원은 “노동법 학자, 정치권, 노동계 관계자 100명이 모인 가칭 ‘100인 위원회’를 설립해 법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발의한 이후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필요성에 대한 고민과 확신이 깊어졌다”며 “예측이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고용형태들을 보며 전체 노동법 차원에서의 논의와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부터 노동법체계 전체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은 “(노동관계법이) 복잡해지는 상황이지만 법체계를 다듬어 가는 계기로 삼아 차기 정부의 법안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급 가사노동자 포괄”
“결사의 자유까지 보장”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보편적 보호의 안전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더 높은 수준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개별법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제시했다. 3층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있고, 2층에는 노조법상 노동자가 있으며, 1층에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1층 밑에 법이라는 안전판을 깔자는 말이다. 기본법으로 보장할 권리로는 평등,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 정신적·성적 괴롭힘, 정보 제공, 출산과 일·가정양립 지원, 공정한 보수, 사회보장 등을 제시했다.

1층에 있는 ‘일하는 사람들’ 범위에 대한 의견은 1인 자영인까지 포괄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이자 목표인 디센트 워크(Decent Work)가 헌법상 모든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디센트 워크는 흔히 ‘일하는 보람이 있는 인간다운 일’로 해석돼 자유와 공정,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박 교수는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는데 여기에서 근로란 ‘일’을 의미하며, 헌법상 근로의 권리는 ‘일할 권리’”라며 “종속적 노동자뿐만 아니라 종속적 자영업자, 나아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오성 교수는 무급 가족종사자나 무급 가사노동자까지도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호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다고 봤다.

법으로 보호할 권리에는 단결권이 추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헌법에서 결사의 자유와 노동 3권을 분명히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집단적 권리 행사를 이유로 차별과 불이익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구제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엽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조사관은 “노동위원회와 같이 별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관 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준희 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은 “노동법 영역의 확장을 통한 적용 대상 확대보다는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금지 등 위임과 도급관계를 기반으로 한 자영업적 특성을 반영해 경제법 보호방안의 강구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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