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건설노동자 6명이 실종된 광주 아파트 신축현장 외벽 붕괴사고의 원인이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주 학동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원청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리한 공기 단축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 높아”

12일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현장에서 아파트 39층 옥상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창호·설비·조적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연락 두절됐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열화상감지카메라가 장착된 드론과 구조견을 투입했지만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열풍으로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히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는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작업하는 이유는 공기 단축뿐”이라며 “사고 현장에서 일요일에도 작업을 진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4일마다 한 층씩 올리는 이른바 ‘4일 공정’이 만연하다”며 “무리한 공기 단축을 위해 콘크리트가 채 양생이 되기 전에 작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경영진, 이번에도 처벌 피하나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안전불감증이 다시 구설에 오르고 있다. 9명의 목숨을 앗아 간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 당시 건물 철거 시공사도 현대산업개발이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현장을 찾아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수사 결과 현대산업개발이 불법 하도급을 묵인한 정황이 밝혀졌지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을 제외하면 원청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8명은 모두 하도급·재하도급 업체 관계자였다. 아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은 처벌을 피해 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한다. 2020년 9월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은 1년이 넘도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성명을 내고 “건설공사의 모든 주체가 안전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콘크리트가 적절히 굳을 시간을 확보했는지, 설계서를 준수했는지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현대산업개발 본사와 주요 시공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지시했다. 광주지검·광주경찰청·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대검찰청의 지시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전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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