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기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0. 29. 선고 2019가합106362 임금

Ⅰ. 사건의 개요

원고들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코넥스시장 및 파생상품시장의 개설·운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주식회사인 한국거래소에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노동자들이다. 원고들은 연공제·연봉제 노동자 모두 지급받는 인센티브성과급 중 경영평가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되므로 피고 한국거래소가 경영평가성과급을 포함해 산정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 부담금을 산정·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Ⅱ. 서울남부지법의 판시 내용

피고는 경영평가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설령 경영평가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금에 관한 소멸시효 기산점은 각 납입일이고, 그로부터 3년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미납금에 대해서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서울남부지법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금에 관한 소멸시효 기산점은 노동자의 ‘퇴직시’라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퇴직연금제도란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퇴직하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정된 제도이고, 퇴직급여제도의 종류에는 퇴직금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퇴직금제도에 대하여는 노동자의 최종 퇴직시에 퇴직금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소멸시효도 최종 퇴직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데, 같은 퇴직급여제도의 하나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만 퇴직연금 청구권의 기산점을 각 부담금 납입시라고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또한 노동자퇴직급여 보장법은 20조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1항에 따른 부담금을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5항에서 “사용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퇴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1항에 따른 부담금 및 3항 후단에 따른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고 해 사용자가 노동자의 퇴직시에 미납된 부담금을 납입할 의무가 있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도의 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금에 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각 납입일이 아니라 노동자의 퇴직시라고 봄이 상당하다.

Ⅲ. 검토 및 판결의 의의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기업이 도산해 일자리는 물론, 퇴직금 수급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등 노동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퇴직금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부담금을 미납하는 경우는 물론 특정수당이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 해당됨에도 이를 제외한 채 산정한 임금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납입해 온 경우, 여전히 미지급 퇴직금과 부담금 미납분이 발생하게 된다.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부담금을 미납하는 경우, 노동자는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있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은 10조에서 “이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퇴직금의 시효가 3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회사는 퇴직연금 청구권의 기산점은 각 부담금 납입시라며 그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부분만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주장대로 3년분의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금만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본 판결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퇴직급여제도의 종류에는 퇴직금제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퇴직금제도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최종 퇴직시에 퇴직금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고, 소멸시효도 최종 퇴직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인데, 같은 퇴직급여제도의 하나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대해서만 퇴직연금 청구권의 기산점을 각 부담금 납입시라고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점, 동일한 퇴직급여제도 간 노동자의 선택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퇴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퇴직시’부터 기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퇴직급여법은 20조3항 전문에서 “사용자는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1항에 따른 부담금을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5항에서 “사용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퇴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1항에 따른 부담금 및 3항 후단에 따른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노동자의 퇴직시에 미납된 부담금을 납입할 의무가 있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소멸시효 기산점을 각 부담금 납입시로 보는 경우 미지급된 퇴직연금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게 되는바,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퇴직하는 노동자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정된 퇴직급여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본 판결에서도 이러한 퇴직급여제도의 취지, 노동자퇴직급여 보장법의 규정을 종합해 볼 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분에 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각 납입일이 아니라 노동자의 퇴직시라고 본 것이다.

본 사건에서 회사는 2009년께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노동자들은 2010년도 퇴직연금 미납분부터 소를 제기한 2019년도 퇴직연금 미납분까지 약 10년분의 퇴직연금 미납분을 지급하라는 판단을 받았다.

본 판결을 계기로 특정수당의 평균임금 해당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퇴직연금 청구권의 기산점은 노동자의 ‘퇴직시’라는 판단도 같이 내려져 부담금 미납분의 기산점에 관한 불필요한 분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