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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운전자가 과속해 교통사고로 사망했더라도 출장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운전자가 법을 위반했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2항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에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사망한 노동자 A씨의 부친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공구 제조업체 연구원 A씨는 2019년 10월 승용차를 몰고 출장을 가던 중 제한속도 시속 100킬로미터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127킬로미터 속도로 운전하다가 공사안내차량 뒷부분을 추돌하는 사고로 숨졌다. 이후 A씨의 부친이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단은 과속운전으로 사망했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1심은 업무상 재해가 맞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더라도 출장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은 ‘출장길’이라는 상황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출장업무를 위해 이동하던 중 발생했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업무 외적인 관계에서 기인하는 사유가 있다고 볼 자료가 없으며, 과속이 사고의 우연성을 결여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사고가 과속운전으로 발생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과속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제한속도를 시속 20킬로미터 초과해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단절시키는 산재보험법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과속운전으로 사망했을 때에도 산재로 봐야 한다는 판결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회식 다음날 과속운전으로 숨진 조리사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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