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질환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질병 2건 중 1건을 차지할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고용노동부가 산재 승인까지 평균 121.4일이 걸리는 근골격계질환의 업무상 질병 판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시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사용자측이 반발하면서 고시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정부는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 고시 개정안을 재행정예고 했다. 같은달 20일 행정예고를 했는데 규제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면서 절차가 복잡해졌다. 규제심사 대상이 된 이유는 사용자쪽 반발 때문이다. 노동부는 1차 행정예고 직후 한국경총 등의 요구에 따라 행정예고 기간을 4주 연장해 이달 20일까지로 수정해 고시한 바 있다.

이번 고시안은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2019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은 내부 지침으로 근골격계질환 중 일부 질환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현장 재해조사를 생략하고 서류심사만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했다. 예컨대 10년 이상 건설현장에서 일한 용접공이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으로 산재를 신청한 경우 해당 현장에서 재해조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업무상질병판정위에서 심사를 받는다.

노동부의 이번 행정예고는 공단 지침을 노동부 고시로 법제화하고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직종과 질환을 일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추간판탈출증의 경우 건설업에서 용접·배관·형틀목공 외 전기·도장 등이 추가됐다.

그런데 재계는 “같은 직종이라도 사업장별, 노동자별로 노출빈도나 강도가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임우택 경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과거의 산재 인정 데이터만 가지고 직종별로 접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근골격계질환 직종으로 낙인찍기 때문에 사업장에서 근로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하고 개선 프로그램을 실시해 예방하려는 의지를 꺾어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골격계질환 승인율은 지난해 6월 기준 71%로 2017년 64.9%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산재 처리기간은 2017년 84.3일에서 2020년 121.4일로 37일이나 늘어나 산재노동자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노동계는 “근골격계질환 중에서도 패스트트랙 대상 질환은 고작 3%대(9천925건 중 367건)에 불과하다”며 “법정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산재 처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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