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저상탑차를 이용하는 택배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유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화물칸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상승탑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상탑차는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출입구는 높이가 낮아 기존 택배차량은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산업보건협회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협회 사무실에서 ‘택배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자리에는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와 상승탑차를 개발한 ㈜한국스마트탑 대표가 참석했다.

한국스마트탑측이 개발한 탑차는 저상탑차의 화물칸 높이를 일정 정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첫 번째 유형과, 화물칸 바닥을 개조해 허리를 펼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두 번째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화물칸 높이가 최저 1.25미터에서 최고 1.9미터까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두 번째는 최저 1.45미터에서 최고 1.8미터까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지하주차장 입구가 높이가 낮은 탓에 일반 탑차의 출입이 불가능한 경우 저상탑차로 주차장을 통과하고 나서 높낮이 조절을 통해 허리를 90도로 굽히지 않고도 하차작업을 할 수 있다.

이날 송길원 한국스마트탑 이사는 택배산업본부와 대리점연합회 앞에서 두 가지 유형의 탑차를 시연했다. 165센티미터 키의 그가 저상탑차에서 물품을 옮기려면 허리를 완전히 굽혀야만 했는데, 높낮이 조절 이후에는 똑바로 선 채 화물칸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었다. 송 이사는 “경기·인천·경남 진주 지역에 투입할 시제품을 CJ대한통운측이 주문해 최근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가격대는 각각 1천만원, 500만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첫 번째 유형의 차량을 이용해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을 평가한 결과 탑차 높이가 1.25미터일 때 위험수준 4단계(매우 높음)가 26.7%였고, 1.9미터일 때는 0%로 조사됐다. 안전보건공단이 진행한 저상차량 유해요인 조사에서도 하이탑차량(180센티미터 내외)과 저상탑차(130센티미터 내외)를 비교해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을 평가한 결과 저상탑차에서 배송순서 정리작업을 하면 위험성 수준이 ‘높음(개선조치 필요)’으로 나타났다.

저상탑차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안전보건 유해성이 입증된 데다 근골격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탑차가 개발된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홍 협회 직업건강환경연구실장은 “노동자 개인에게 비용을 전가하지 말고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 조성지원 사업의 지원설비 품목에 상승탑차를 포함해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며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식기세척기를 지원설비 품목에 포함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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