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숙영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중에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언론과 국민신문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이 18명이라고 밝혔다. 2019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직장내 괴롭힘이 근절되기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한 것 같다.

직장내 괴롭힘 원인은 크게 조직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으로 나뉜다. 조직적 요인은 직무특성·조직문화·리더십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무특성에서는 구성원이 업무수행시 시간 압박과 역할갈등을 많이 느끼고 업무에 대한 자율성과 안정성이 부족한 직무일수록 직장내 괴롭힘이 많이 발생한다. 조직문화 요인은 구성원 간 경쟁이 심하고 비우호적이며, 비합리적이어서 공정성이 부족하고, 권위적이어서 의사소통이 부족한 조직일수록 직장내 괴롭힘에 취약하다. 또한 직장내 괴롭힘을 보고도 적절한 지시를 하지 않는 수동적 리더십, 직장내 괴롭힘에 개입하지 않고 묵인하는 자유방임적 리더십, 강압적인 업무 분위기와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독재적인 리더십도 직장내 괴롭힘의 위험요인이다. 이런 조직에서 가해 노동자는 자신의 괴롭힘 행위가 용인받았다고 생각한다. 직장내 괴롭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직무요인, 직장문화요인, 리더십 요인들을 중재해야 한다.

직장문화 요인 중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우선적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는 요인이 있다. 바로 ‘microaggression’과 ‘무례함’이다. microaggression은 미세공격, 미묘한 차별 등으로 번역하는데, ‘아주 작은’이라는 뜻의 micro와 ‘공격’이라는 뜻의 aggression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상대의 어떤 측면(인종·성별·지역·직종·학력 등)을 차별하며 하는 말이나 행동을 말한다. 의도적일 수도, 의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그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모욕감이나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면 microaggression에 해당한다. ‘무례함’은 인간관계에서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는 것으로 상대방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동이다.

공동체 위주의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사람들 간 끈끈한 ‘정’은 우리 민족의 강점으로 꼽히곤 한다. 그러니 조금 친해지면 그 사람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조금 무례할 수 있는 이야기나 질문을 서슴없이 한다. 문제는 그것이 무례한 것이라는, 미세하지만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는 인식조차 없이 이러한 언행을 한다는 것이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말인 ‘꼰대’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상처받는 이는 그것이 켜켜이 쌓여 갈등의 씨앗이 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욕설이나 적대감 표시 같은 낮은 수준의 폭력을 방치하면 이것이 위협이 되고 신체적 폭력으로 진화한다. 그래서 폭력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 사소하다고 생각해 미세공격, 무례함을 허용하면 직장내 괴롭힘으로 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민감해야 한다. 미세공격과 무례함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세공격과 무례함을 줄이는 방안으로 직장내 상호존중 문화 구축을 제안한다. 경영진은 상호존중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원 행동강령을 수립하고, 노동자는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존중과 존엄, 동료애와 친절로 서로를 대하고, 개인적인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견해·경험과 생각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관심과 존경심으로 동료를 대해야 한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시기, 우리 서로를 잘 보듬으며 이 어려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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