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한국일보는 11월17일자 19면에 ‘118원 세금 낭비 지적한 감사관, 본인 출장비는 2천만원이나 썼네’라는 다소 긴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몇 달 사이 본 기사 가운데 가장 웃겼다.

전북도의회가 전북교육청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나온 얘기다. 최영심 정의당 비례대표 도의원은 “전북교육청 A 감사관이 118원어치 문자메시지를 보낸 직원에게 세금 낭비라고 호통을 쳤는데 정작 본인은 출장비로만 2019년부터 최근까지 2천168만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A 감사관은 2019년 109회, 2020년 115회, 올해 91회 출장을 갔다. A 감사관은 표적·갑질감사 의혹으로 최근 직무에서 배제됐다. 피감기관 한 직원은 도의회 홈페이지 신문고에 “A 감사관의 위압적 말투와 노려보는 눈빛, 서류를 책상에 던지는 등의 폭력으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 감사관은 “정당한 출장이었고, 문제가 있어서 지적했고, 피감인들이 감사 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해당 감사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모두 부정했다.

진보교육감이 절대다수를 차지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교육행정은 별로 변한 게 없다. 그나마 이런 속 시원한 기사를 생산해 준 정의당 최영심 의원에게 감사드린다.

대선 1, 2위 후보를 배출한 거대 양당이 부자 감세에 혈안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일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까지 검토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부동산 빗장 다 푸는 與’라는 제목으로, 한겨레는 ‘다주택자 양도세까지 깎아주려는 여당’이란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 ‘세금 줄일께, 표 다오’라는 수준 낮은 포퓰리즘이다.

비수도권에선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낼 확률은 0.1%인데도 보수 언론은 연일 종부세 때문에 나라가 거덜 날 판이라고 몰아세운다.

밉상 대선 후보 둘을 앞세운 거대 양당의 선거 캠페인이 이처럼 점입가경인데도 그 주변에 붙여 있는 ‘지식인들’만 이런 국민 감정과 아랑곳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지 후보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한때 진보를 자처했던 교수 그룹이 단연 압권이다. 비호감 대선이란 지적이 이들에게만 안 들리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9일 전체회의에서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2년6개월 뒤로 밀어 버렸다. 두 정당이 대선 판에선 거칠게 싸워도, 이런 순간엔 서로 ‘깐부’다.

이런 묻지마 대선에서 정의당은 자신의 색깔만 선명하게 내세운다면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올릴 게 뻔한데도, 이상한 게걸음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슬픈 역사는 꼭 되풀이 된다. 90년대 초 민중당 후보로 출마한 이력을 가진 허경영은 이번 대선에도 출사표를 냈다. 리비아에선 독재자 카다피의 둘째 아들이 오는 24일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했다. 아버지가 축출된 지 불과 10년 만의 일이다.

내년 5월에 열리는 필리핀 대선은 더 웃긴다.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보도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8%를 얻어 압도적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아들 마르코스는 현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을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1987년 한국의 6월항쟁에서 영감을 얻었던 1988년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은 이렇게 시들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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