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주최로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부터)이 축사를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처벌 회피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재계에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법조문상 경영책임자의 사고예방 의무가 불분명하거나, 경영책임자가 법을 잘 몰랐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권기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의 기조강연, 전문가와 노사의 발제·토론 순서가 이어졌다.

“엄벌할 수 있게 판사가 역할해야”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중대재해 중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관리·감독한다. 권 본부장은 “법 제정 후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산업안전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중대재해예방이 아니라 처벌을 피하는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 법은 예측 가능하고 예방 가능성이 있는 중대재해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산재는 산재보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을 정책을 지속해 대처하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관심과 태도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관심을 가지면 사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내년에는 사망사고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책임자의 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인과사실 증명이 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과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더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하더라도 인과관계 입증 부실 문제로 무죄가 많이 나올 수 있고, 이런 지적은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판사가 재판할 때 (처벌 수준이 낮은) 과실범이 아닌 결과적 가중범으로 엄히 처벌할 수 있게 입법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판사 “경영책임자 의무 불분명하다? 수용 안 돼”

토론자로 나선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벌금이 아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입법을 선택한 이상 인과관계 입증 어려움이 불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법이 작동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본인이 경영책임자라면 그 자체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부여한 (안전보건관리)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 의무를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경영계는 의무 내용이 불분명하다고 하지만 재판에서는 고의범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영책임자가 법의 내용을 자세히 몰라서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해도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대해서도 그는 “법을 만든 취지는 최종결정권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안전보건 관련 조직체계 관리·예산 결정 등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만약 대표이사의 의중을 물어 봐야 하는 위치에 있는 자라면 경영책임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책임자를 별도로 임명하더라도, 그에게 상당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으면 결국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용희 부장판사는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고 유형별 세부규칙을 마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테면 가장 많은 중대재해 유형인 추락사나 끼임 사고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안전규정을 의무화해 법안에 명시하는 식이다.

노사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변화와 고용구조 변화로 위험요인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책임자에게 포괄적 의무를 부여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은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는 이 법의 취지가 충분히 발현할 수 있도록 법을 해석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무엇을 지켜야 면책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야 법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경영책임자에 주어진 의무가 무엇인지 상세하고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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