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양대 노총, 공공상생연대기금 주최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노동감시 규제와 기본권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 <정기훈 기자>

폐쇄회로(CC)TV·위치추적 앱을 비롯한 사업장 내 감시설비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감시설비 설치·운영과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디지털 노동감시 규제와 기본권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강 의원은 “감시설비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감시장비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노조활동을 감시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양해지는 사업장 감시설비, 규제 수단은 마땅치 않아”

사용자는 시설 보호·노동자 안전·영업비밀 보호·업무 효율성 향상 등 경영상의 목적으로 감시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노동자의 근태를 감시하는 소프트웨어 ‘보스웨어(bossware)’를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규제 수단은 마땅치 않아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거나 부당하게 감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고용노동부는 노동 감시행위가 부당노동행위나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할 경우 조사할 뿐 노동감시 자체에 대한 조치와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관계법령상 노동감시 관련 규정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를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 정한 게 유일하다. 노사협의회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협의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재 규정도 부재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을 통한 문제해결도 어렵다. 김하나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주체를 법률관계의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금지행위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으면 허용되는데, 실제 노사관계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관계에 있어 노동자는 제한적으로 의사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고려해야”

강은미 의원이 발의를 추진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근로자의 작업과정상황·행동·성향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관찰·수집·기록할 수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비와 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감시설비로 규정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감시설비의 설치 및 감시설비를 통해 수집한 근로자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감시설비 설치·운영을 금지하고 안전사고 예방·사업장 시설 도난 방지·영업비밀 보호·근로계약 이행 등 정당한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감시설비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감시설비의 설치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존재하는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하도록 했다.

사용자는 감시설비를 설치·운영하려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 △설치 목적 △감시설비의 유형과 규격 △감시설비의 운영 범위 △수집하려는 정보의 종류, 보유·이용 기간을 서면으로 합의하도록 했다. 아울러 근로자에게 감시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김태욱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현실에서 노동감시가 문제가 되는 주요 영역은 인사평가와 징계”라며 “감시설비 관련 조항을 위반해 수집한 정보는 징계나 인사평가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김기우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시설비 설치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노조가 추천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그 내용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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