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걸을 만해? 계단 조심하고.”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가 마지막까지 단식을 이어 온 동료를 부축했다. 2주 만에 서울 구로구 신도림디큐브시티 11층 대성산업 본사에서 내려온 해고자 A씨는 “괜찮아”라고 연신 답하며 동료를 안심시켰다. 오랜 단식으로 얼굴이 핼쑥해졌지만 A씨는 “여기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며 웃었다.

22일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대성산업 본사에서 시작한 단식농성을 10일 만에 마무리했다. 15명의 노동자가 함께 단식을 시작했지만, 건강 이상으로 일부가 단식을 중단해 마지막으로 5명만 남았다.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12월2일 한국게이츠 폐업 후 515일 만에 미국 게이츠쪽과 화상으로 만나 대화를 한다. 그에 앞서 한국게이츠 법률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실무논의를 한다.

‘고용승계’ 같은 답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화 테이블이 마련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지회는 한국게이츠 공장부지를 매입한 대성산업에서 농성을 마치기로 했다. 신도림디큐브시티 앞 천막농성은 계속 이어진다.

채붕석 지회장은 이날 신도림디큐브시티에서 해고노동자가 1층으로 내려오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며칠 전 동기들을 남겨 놓고 내려왔을 때 심정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정도로 무거웠다”며 “밤낮을 설치면서 어제도 잠 한숨 못 자고 나왔는데 블랙스톤(게이츠를 운영하는 사모펀드)에서 교섭에 임한다면서 미안한 마음이 조금 가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호규 위원장은 “대구시는 게이츠가 만들어 낸 협의 틀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앤장은 19명 (해고노동자) 요구에 대해 법적 잣대가 아닌 우리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미국 게이츠가 지난해 6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해고됐고, 고용승계 투쟁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