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서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범위는 주식회사 대표이사나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기관장같이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전담당 책임자를 선임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의미다.

안전보건 담당 책임자 선임했어도
경영책임자 형사책임 면제 안 돼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경영책임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또는’이라는 단어 때문에 재계는 안전보건 담당 책임자를 선임한 경우 경영책임자에 준하는 사람에 해당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주체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17일 노동부가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명칭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노동부는 △직무 △책임과 권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방침이다. 또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최고책임자라도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에 관한 총괄·관리와 최종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은 경우에만 ‘경영책임자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안전담당 이사나 ‘바지사장’을 세워 형사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부문 경영책임자는 좀 더 분명하게 해설했다. 국립대학은 총장, 그 외 국립 초·중·고교는 행정기관장, 공립학교는 교육감, 사립학교는 학교법인 이사장, 국립대학 병원은 병원장이 해당한다.

플랫폼 노동자 수백 명이라도
소속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이면 법 적용 제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 범위는 노동관계법 가운데서는 가장 넓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물론 △도급·용역·위탁 등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다단계 하청노동자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보호 대상인 ‘종사자’ 범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이 제외된다. 노동부는 해설서에서 상시근로자 5명 미만 개인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이 5명 이상인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최근 이륜차 사망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업체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열악한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만 노동부는 파견노동자와 사무직, 공무원 모두 상시근로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노동부가 이례적으로 법령 해설집까지 발간했지만 여전히 규정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입증됐을 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 4조는 이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시행령에서는 9가지 내용으로 구체화했다. 경총은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누가 이행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불명확하다”며 “원청 경영책임자가 해당 사업장을 관리하는 경우 하청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면제되는지, 원청에서 위탁받은 업무를 재하청 준 경우 원청과 하청 간의 책임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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