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공단 구조요원이 산행 중 사망한 사체를 운구하고 있는 모습. <국립공원공단노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지리산>은 지리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중심으로 산을 지키는 레인저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실제 산악 국립공원에서는 실족해 추락하거나 길을 잃어 헤매다 저체온증을 앓고, 심장마비 등으로 돌연사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아예 세상을 등질 마음으로 산을 찾는 이도 있다. 어떤 사연을 품었든지 산에서 세상을 떠난 망인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이는 경찰이나 소방관이 아니라 주로 산악구조요원이다.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악과 해양 국립공원에서 사망자를 수습하는 데 투입된 구조요원은 모두 181명이다. 29곳 국립공원에는 구조대 48팀이 있고 총원은 440명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스트레스 수준 검사를 한 결과 181명 가운데 고위험군이 95명이나 됐다. 망자의 사체를 본 충격이나 부패한 사체의 냄새를 기억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이 절반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목 매 부패한 사체 직면하기도”

구조 과정은 우선 조난신호를 받거나 탐방객이 신고를 하면 구조요원들이 투입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김경범 국립공원공단노조 위원장은 “넓은 산속에서 구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인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력이 구조활동에 투입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탐색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조금만 지연해도 부패가 빠르게 진행한다. 이 때문에 구조요원들이 훼손이 심한 사체를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김경범 위원장은 “특히 자살자의 경우 사체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찾더라도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부패하거나 사체가 훼손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일을 마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가장 힘든 시간이다. 경찰이 와서 신원확인과 사체수습을 마치면 운구를 한다. 이 역시 산이라 구조요원의 도움이 필수다. 들것에 사체를 옮겨 들고 5~6시간이 넘는 산행을 해야 한다. 육체적 고통도 말할 수 없지만 역시 사체를 운반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조난이나 사고에 따라 생존자를 구조할 때는 119 같은 소방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헬기를 통해 빠르게 이송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망자는 소방대가 출동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사망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공단, 치료예산 1억2천500만원 증액 요청

이렇게 발생하는 사망사고가 매년 10건을 넘는다.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지 않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다른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지난해 12명이다. 6명이 추락사했고 5명이 심장이상으로 돌연사했다. 원인불명의 사망자를 의미하는 ‘기타’가 1명이다. 2016년 14명, 2017년 18명, 2018년 16명, 2019년 13명이다. 자살자수는 따로 명기하지 않아 파악은 어렵다.

국립공원공단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스트레스검사를 하고 있지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심각한 증상에 대한 전문적 상담은 없었다.

내년에는 이런 구조요원의 증상을 치유하기 위한 상담프로그램이 시작된다. 강은미 의원실 안중언 보좌관은 “기존 국립공원공단 출연사업 예산 2천억원에 재난·구조 트라우마 극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산 1억2천5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며 “외부 전문가와 대상자를 일대일로 매칭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예산증액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산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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