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로는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난이라는 산재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가칭 재난가족지원법을 제정해 돌봄·의료서비스·심리서비스 등을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사단법인희망씨·공공상생연대기금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재해는 가족에게도 사회적재난이다’ 토론회를 열었다. 산재 가족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사단법인희망씨가 사고사·과로사·중증 장해 가족 8명을 인터뷰했는데 산재 피해 가족들은 산재 승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가족의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비전문가로서 산재승인 절차를 밟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고통 등을 경험했다. 중증 장해의 경우 예상치 못한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고, 경제적 문제에 맞닥뜨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장학사업 등 재해근로자와 그 유족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정부가 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과 안전보건공단이 사업을 맡고 있지만 산재 피해 가족에 대한 지원 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근로복지공단은 장학사업을 하지만 대학학자금은 제외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직업트라우마센터는 전국 13곳에 불과한 데다가 심리상담만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유족 원스톱서비스는 산재 신청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행정안전부의 재난심리회복 지원센터는 산재가 재난 범주에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가족이 이용하기 어렵다.

파편화한 사회서비스를 산재 피해 가족이 적용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산재를 재난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통상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우리 사회복지서비스가 소득을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산재 피해 가족이 배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대안은 가칭 재난가족지원법을 제정해 이들을 포괄하는 방안이다. 발제를 맡은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존 지원 체계에 산재가족이 포괄되도록 하는 방안은 새로운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보다 시행이 용이할 수 있지만 사업이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어서 산재라는 재난에 직면한 가족들이 경험하는 다층적 욕구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재난가족지원법을 도입해 자연적 재난뿐만 아니라 산재·자살 등의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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