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공인노무사(
▲ 박소영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사회보험’의 형태로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활동, 가사활동 지원, 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된 이후 약 15년간 이 제도는 노인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고령인구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돌봄제도 구축과 중노년 여성인력에 대한 노동시장 활용도 증가, 두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최근에 이런 노인장기요양 제도 중 수급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재가급여를 제공하는 ‘방문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사례를 접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무색하게도 방문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업계 전반에 노동법을 아무렇지 않게 위반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고, 노동자들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노출돼 있었다. 법이 정한 각종 수당을 회피하거나 대놓고 지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휴가나 휴일도 ‘꼼수’로 피해 가는 사례가 너무 많았다. 수급자 매칭이 끊기면 그대로 계약해지로 이어지는 등 근로자 지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법적 보호마저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아예 “요양보호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왜 이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물론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노인장기요양 제도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민간 사용자들에게는 인건비 지출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이 어렵지 않게 센터를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영세한 업체들이 무한정으로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실정도 한몫했다. 민간 시장이 팽창하면 할수록 노동자의 노동실태는 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주무부처의 관리·감독 해태 또한 사용자들의 위법행위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보였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이 문제에 거의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 지금의 방식으로도 어영부영 굴러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어영부영 굴러가리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의존하는 제도는 결코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노동실태 개선이 서비스의 질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은 민간시장의 양적 팽창이 아닌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통한 제도의 질적 변화로 나아가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 제도는 기본적으로 공적 성격의 사회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에서는 분명히 실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익이 발생하면 민간 사용자들이 가져가지만, 실패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떠맡게 되므로 이는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공공성 강화를 통해 노동조건과 서비스 질의 기준을 마련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보장받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장기적 전환이 진행되는 도중에, 현행의 위법한 관행에 대한 개선도 강화해야 한다. 복지부와 노동부는 책임지고 사용자들을 관리·감독해 최소한 노동법만큼은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 노동법을 피해 가기 위한 각종 꼼수를 유도하는 노인장기요양 제도상의 미비점들도 끊임없이 보완해 노동자 보호와 수급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 전환에 이와 같은 단기적 감독 강화가 병행되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도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노인복지는 점차 확대돼 갈 것이고, 종사하는 노동자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비상식적인 제도운영을 그대로 둔 채 외연만 넓힌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노인복지 제도는 큰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이 바로 착취 위에 쌓은 금자탑이 아닌 노동조건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복지제도가 필요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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