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단체협약에 사회적 책임(CSR)을 명시한 기관일수록 CSR을 수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협에 CSR을 적극적으로 명시해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협서 다루지 않은 기관 62%
CSR 수행 ‘방어단계’에 머물러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9일 오전 연구소에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된 ‘한국의 노동 2022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서 350개 공공기관의 CSR 현황과 단체협약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CSR은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사회적 책임·사회공헌·봉사·나눔 등 자료를, 노조 단협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있는 자료를 참조했다

공공기관 중 절반 이상이 CSR 단계가 낮았다. 350개 공공기관 중 197개(56.3%) 기관이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을 준수하는 ‘방어 단계’에만 머물렀다. 취약계층 기부나 후원 활동을 수행하고 홍보하는 ‘자선·홍보 단계’에 93곳(26.6%), 전략체계를 수립해 사업과 관련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는 ‘전략 단계’에는 60곳(17.1%)이 있었다. 사회가치 내재화를 통한 사회혁신을 도모하는 체계화 단계는 한 곳도 없었다.

단협에서 CSR을 다루지 않는 기관은 350곳 중 203곳(58%)이었다. 단협에서 CSR을 다룬 147곳만의 단협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하면 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할 CSR 내용을 제시한 ‘범주 제시형’이 55곳(39.5%)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반사회적이거나 비윤리적 지시에 대한 거부권과 조합원 불이익조치까지 명시한 ‘조합형 보호형’(44곳, 29.9%)이었다. 노사공동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고 노조의 사회공헌위원회 참여 보장 등 기관의 CSR 수행에 노조가 적극 개입하는 ‘적극 참여형’이 26곳(17.7%), 기관의 CSR을 강조하며 노조가 제시하는 안을 적극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소극 참여형’이 14곳(9.5%), 기관의 CSR을 단순히 언급한 ‘선언형’이 5곳(3.4%)으로 뒤를 이었다.

단협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룬 공공기관은 그렇지 않은 기관들에 비해 CSR 활동 수준이 높았다. 단협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루지 않은 203개 기관 중 126개 기관(62.1%)의 CSR 활동은 ‘방어 단계’에 머물렀다. 단협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룬 147개 기관 중에서는 76개 기관(51.7%)은 자선·홍보 단계 이상의 CSR 활동을 수행했다. 34개 기관이 ‘자선·홍보단계’ 활동을, 42개 기관이 ‘전략 단계’ 활동을 했다.

특히 CSR 활동 수준이 높은 ‘전략 단계’인 기관은 노조가 CSR 활동에 적극 개입하는 ‘적극 참여형’ 단협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전략 단계 기관 42곳 중 18개 기관이 ‘적극 참여형’ 단협 유형을 가졌다. ‘방어 단계’ ‘자선·홍보 단계’ 기관에서 가장 많은 ‘범주 제시형’ 단협은 ‘전략 단계’ 기관에서는 16개 곳이 보유했다.

“노사공동 기구서 계획수립·이행·보고해야”

송관철 연구위원은 “노조가 기관의 CSR에 관심을 갖고 개입하는 범위와 깊이가 커질수록 기관의 CSR 수준이 높아진다”며 기관의 CSR 수준을 높이는 단체협약 조항 예시를 만들어 제시했다. “기관은 사회적·경제적·환경적·문화적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로 시작해 “기관은 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기관의 모든 사회적 책임 수립과 이행, 결과를 보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로 끝나는 17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송 연구위원은 “노조는 공공기관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견제할 책임이 있다”며 “단협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해당 기관이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과 조직의 전략방안에 참여하고, 공동경영 개념으로 사회적 책임에 수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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