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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요양보호사 한지숙(51·가명)씨에게 지난 4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3일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았고 다음날 그가 돌보던 어르신 A씨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최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한씨의 아들은 8일 뒤 추가 확진됐다. 그는 코로나19로 폐렴까지 걸려 25일을 앓다 겨우 완치됐다. 그런데 역학조사 결과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어디서 언제 걸렸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업무 중 재해로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완치된 뒤 일하던 가정을 찾았지만 “앞으로 나오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씨는 그날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집-일터만 오가며 조심했는데….”

“감기 몸살 오기 전에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것 있잖아요. 혹시 모르니 미리 검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검사했더니 양성이 나왔어요.”

한씨는 6년차 재가요양보호사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3시간 동안 치매노인 A씨를 돌봤다.

“일하러 어르신 집에 가고, 일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고 그게 다였어요.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1시간씩 출퇴근 했고 개인적으로 간 곳은 아픈 허리 치료 받으러 정형외과뿐이었어요. 병원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갔어요.” 하지만 그는 다녀온 곳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통보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씨는 코로나19 발병 시기를 3월29일로 짐작한다. 그날은 어르신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던 날이다. 병원에 있었던 시간은 2시간30분 정도로 평소보다 길었다. 오전 업무가 끝난 뒤 A씨 보호자 제안으로 바깥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몸에 이상을 감지한 것은 이틀 뒤인 3월31일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내다 4월2일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검사를 받은 A씨도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어머님(A씨)은 매일 ‘허리 아프다’ ‘다리 아프다’ ‘머리 아프다’ 하니 증상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6월22일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후 재심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신청 상병(코로나19)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자문의사 소견을 근거로 요양급여를 불승인한 원처분기관의 결정을 인용했다.

“코로나19 판정, 역학조사 의존 안 돼”

조승규 공인노무사(반올림)는 “근로복지공단 지침상으로는 감염경로가 불분명해도 업무상 감염성과 사적 감염성을 비교해서 판단하라고 돼 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산재신청을 지원하면서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며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면 바로 불승인되거나 심지어는 안 되는 건이니 신청하지 말라는 얘기를 공단에서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공단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경로 파악이 어려운 경우 △업무내용·근무조건 △사업장 내 집단감염 여부 △방역지침 실현 가능성 △사업주·동료근로자 진술 등 업무수행 과정 중 감염될 가능성 여부를 조사한다. 가능성이 인정되면 업무 이외 사적활동에 의한 감염 가능성과 비교·평가해 업무개연성이 높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게 돼 있다. 사적감염 가능성이 높으면 업무상 질병은 불승인된다.

한씨의 경우 재가요양보호사로 집단감염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사적감염 가능성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승규 노무사는 “확진자 동선 파악이 비교적 잘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약 30% 정도는 감염경로를 분명히 밝히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산재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역학조사 결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업무상 감염가능성과 사적 감염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보호사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감수하고 일하지만 감염되면 유급휴직은커녕 바로 실직 상태가 된다”며 “일하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산재보험마저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도 원인미상으로 나왔을 뿐 아니라, 청구인이 제출한 다른 자료를 봐도 특별하게 인정할 사항이 없다”며 “케이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판단지침 따라 결정하는 것이고, 인정이 어렵다고 판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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