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보건의료노조와 정부 간 협상이 지난달 2일 극적으로 타결된 뒤 두 달 가까이 지났다. 코로나19가 던진 사회적 의제를 노조가 적극적으로 쟁점화하며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충원의 전기를 마련했고, 초기업교섭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성실한 합의이행이다. 합의문에 사안별로 이행시기를 명시한 만큼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나순자(56·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만나 이행점검 현황과 후속과제에 대해 들었다.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기준 11월 확정”
“기재부 재정지원 의지 밝혀”

- 이행점검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지금까지는 노정합의에 대한 이행 틀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에 대해 정비하는 과정이었다. 이행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구체적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월 1회 이행점검회의를 하기로 했고, 주요 의제와 관련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사안별로 논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시행하기로 한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당 간호사 배치기준에 대해서는 지난달 8일부터 보건복지부와 3차례 논의했고, 생명안전수당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질병관리청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예산 확보와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 지난달 28일 첫 이행점검회의에서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을 확정했다.
“노조와 대한간호협회가 제출한 안을 바탕으로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중증환자는 간호사 1명당 환자 0.56명, 준중증환자는 1.1명, 경증환자는 2.7~5명이다. 10월 한 달간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에서 시범 적용을 하고 있고, 이 결과를 토대로 11월 중에 배치기준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달 28일 예정된 점검회의에서는 실무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포함해 예산 확보와 법 개정 문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 재원 마련 논의는 어느 정도 진척됐나.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노조와 간담회를 했다. 홍 부총리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처우개선 등에 대해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안전수당과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을 위한 예산편성도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차원에서 재정지원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행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한 셈이다.”

- 재원 마련을 위해 노조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확대 같은 합의를 이행하려면 연 2조5천900억원가량 소요된다. 특히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운영하기로 한 부분에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담배 개별소비세를 공공의료확충기금으로 사용하는 안, 공공보건의료사업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안 등을 전문가들이 제안했는데 여러 방안을 열어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생명안전수당 지급, 하반기 법 개정해야”
“노정합의 외 다른 방안 필요하지 않아”

- 법 개정 사항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생명안전수당 제도화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을 민간병원까지 확대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는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공공의료 설립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입법은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협의 중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노정합의 이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감염병의 방역·치료 등을 하는 보건의료인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를 민간병원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의무화하고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외에도 노정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현장에서 벌어지는 대리처방 등 무면허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의료법 개정, 공공병원 설립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 차기 정부 과제로 넘어간 것도 많은데.
“우선적으로 복지부가 합의 당사자인 만큼 이행점검을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 법 개정과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노력도 필요하다. 감염병전문병원 설립(2024년까지 권역별 4개소 설립·운영)과 공공병원 확충(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책임의료기관 지정·운영)은 문재인 정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충원 관련해 다른 방안을 추진하기보다 노정합의를 한 줄도 빼지 않고 그대로 공약화할 필요가 있다. 합의만 제대로 이행해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면 보건의료인력 소진 문제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수를 억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는 위중증 환자 관리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잘 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위중증 환자도 증가할 텐데 공공병원 확충과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보건의료인력이 소진되지 않고 지속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이 더욱더 필요해진다. 간호사 배치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준수되도록 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시민모니터링단 구성해 이행점검”
“대선후보들과 노정합의 이행 정책협약 추진”

- 노정합의 이행점검을 위한 노조의 계획은.
“이행점검을 위해 노조만이 아니라 사회적 이행점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시민 전문가 모니터링단’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참여 단위와 규모에 대해 구상 중이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불법의료 근절 방안, 교대제 개편방안 등 기존 연구과제를 마무리하고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수 비율 제도화 방안과 사립대병원·민간중소병원의 공공적 역할 강화에 대한 연구를 추진한다.”

-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은.
“이행 과정에서 노사가 함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력 확충과 관련해 실무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현장에, 병원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쪽도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정합의 이행을 위해 노사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협약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다른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노사가 함께한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 노조의 대선방침은.
“대선방침을 정하기 위해 보건의료 관련 두 가지 의제, 노동·의료 의제를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워크숍을 23일 진행한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대선의제와 방침을 이달 말 구체화할 예정이다. 진보정당을 포함해 주요 정당 대선 후보자에게 질의서를 발송한 뒤 답변에 근거해 노정합의 이행을 위한 정책협약식도 추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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