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경(61)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 해피실버타운분회장이 지난 15일 노인전문요양원인 해피실버타운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혜경 분회장 제공>

“어르신들이 무료하게 계신 것 같아 즐겁게 해드리려고 춤을 췄을 뿐인데, ‘직장내 성희롱’으로 징계받고 해고되니 마음이 무겁다. 서면으로 징계처분을 통보받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

노인 앞에서 춤을 추다가 뱃살을 보였다는 이유로 해고된 요양보호사 박혜경(61)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 해피실버타운분회장이 24일 <매일노동뉴스>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노동위원회를 거치며 면역을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얘기를 꺼내다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분회장, 지난해 정년 이르자 계약종료
직장내 성희롱으로 무급 정직 1개월

부산시 장기요양시설인 해피실버타운은 지난해 6월19일 ‘직장내 성희롱’ 등을 이유로 박 분회장에게 7월31일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했지만, 시설은 소송을 냈고 지난 22일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이날 사회복지법인 다온(옛 계명교육문화원)이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의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시설쪽이 소송을 낸 지 6개월여 만이다.

박 분회장은 만 60세로 정년이 되던 지난해 시설에서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일방적인 재고용 거절이었다. 박 분회장은 2018년 3월 입사한 뒤 지난해 7월30일까지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해 근무해 오고 있었다.

박 분회장의 ‘직장내 성희롱’과 ‘입소자 낙상’을 재고용 거절 사유로 들었다. 박 분회장이 입소자 노인들 앞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캉캉춤을 추다가 유니폼 상의가 약간 들렸는데, 이를 ‘직장내 성희롱’으로 본 것이다. 시설쪽은 입소자에게 신고가 들어왔다며 ‘무급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또 박 분회장이 2019년 11월 해피실버타운 원장의 부친을 목욕시킨 후 침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낙상해 골절이 발생했다며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 박 분회장에게 경위서를 쓰게 했다. 이후 시설쪽은 “2020년 7월31일 정년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며 박 분회장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그러나 박 분회장과 분회쪽은 계약종료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분회는 박 분회장이 해고되기 한 달 전인 5월19일 설립됐고, 같은해 6월29일 가입 사실을 시설쪽에 통보했다. 박 분회장은 사측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중노위 ‘갱신기대권·부당해고’ 판정
재판부 “징계 절차상 하자 있는지 따져야”

박 분회장과 분회는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징계처분을 근거로 계약을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지난해 11월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올해 2월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재고용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초심을 뒤집고 박 분회장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정년을 초과한 요양보호사에 대해 촉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 취업규칙을 근거로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했다. 해피실버타운은 10명 이상의 요양보호사들과 한 차례 이상 촉탁직 재계약을 체결해 왔다. 그러면서 시설쪽이 재고용 여부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평가 절차도 없이 재고용을 거절했으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시설쪽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따라 정년에 도달한 박 분회장의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정당하다”며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시설쪽은 “직장내 성희롱으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과 입소자 낙상으로 시말서(경위서)를 제출한 박 분회장에 대해 촉탁직 재고용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분회장쪽은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징계를 했기 때문에 부당징계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양측은 징계 경위와 절차로 공방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와 관련해 불쾌하다고 신고한 증거와 절차상 하자에 대한 의견을 내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또 정직 처분이 징계절차에 따라서 했는지를 캐물었다. 이에 시설쪽과 박 분회장쪽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2월10일 속행된다. 이날 변론을 끝으로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 박혜경(61)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 해피실버타운분회장이 지난해 2월 노인전문요양원인 해피실버타운에서 근무할 당시의 모습. <박혜경 분회장 제공>
▲ 박혜경(61) 요양서비스노조 부산경남지부 해피실버타운분회장이 지난해 2월 노인전문요양원인 해피실버타운에서 근무할 당시의 모습. <박혜경 분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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