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차 비정규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파견 처벌과 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법원이 기아자동차 2차 사내하청 회사에서 간접공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를 원청인 기아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아차에서 2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마은혁 부장판사)는 기아차 1·2차 사내하청 노동자 1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2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동우(45)씨를 비롯해 5명이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선고 직후 노동자들과 사측 양쪽 모두 항소했다.

이씨를 포함한 2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기아차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1차 사내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에 소속돼 광주·화성공장에서 근무해 왔다. 2차 사내하청은 부품생산업체로부터 도급금액을 받아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을 직접 지급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기아차와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한 위탁계약은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하고, 2년 이상 일했기 때문에 기아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2018년 9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특히 2차 사내하청에 소속된 이동우씨는 “2차 사내하청과 기아 사이에 직접 위탁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근로관계 실질은 1차 사내하청 또는 정규직 노동자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와 관련해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원청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청의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 행사 △원청의 작업지시와 감독 △원청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원청의 근로자 선발 권한 행사 △사내하청의 전문성·기술성 부족 △사내하청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미비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이동우씨에 대해선 “기아차의 직접적인 관리·감독 아래 있는 공장 내에 상주하면서 기아의 자동차 생산 공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무를 기아의 지시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며 “기아차는 이씨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고, 이씨는 기아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봤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2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공장 내에 상주하면서 원청 정규직 노동자 또는 1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지만, 2차 사내하청은 별도의 사업조직을 두지 않았고 별다른 지휘·명령도 없었던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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