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출시한 <오징어 게임>을 봤다.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봤다고 하고,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상물 가운데 관람자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여기저기에서 이 영상물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고 추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영상물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얘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일 미국 좌파 인터넷 매체인 자코뱅(Jacobin)에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지옥에 대한 알레고리(풍유)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글을 쓴 사람은 예일대학교 3학년 학생이다. 그(녀)의 이름은 케이틀린 클라크(Caitlyn Clark)다. 그는 이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징어 게임이 다른 디스토피아 콘텐츠와 구별되는 점은 이 연속극이 계급과 불평등에 대해, 특히 현대 한국이라는 맥락 속에서 숨김없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1권 서문에서 이 책이 영국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면서 독일 사람들에게 이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는데, 바로 그 말을 떠올리게 한다.

케이틀린 클라크는 이렇게 말한다.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장인물들은 첫 번째 시험적 에피소드에서 게임을 그만하기로 투표로 결정한 다음 경기장 밖의 일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살인적인 빚으로 사람을 녹초가 되게 만드는 그들의 생활조건이 그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경기장으로 되돌아오게 꾀어 들인다. … 헬조선의 빠져나갈 수 없는 본성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 연속극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지옥’으로 이름지어져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오징어 게임의 에피소드4는 ‘공정한 세계’인데, 이 에피소드에서 한 경기 참여자가 부정행위를 하다 발각된다. 그와 그의 공모자들은 즉석에서 처형된다. 이때 경기 주관자는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현실 세계에서 불평등과 차별로 무수한 고통을 겪어 왔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여러분들에게 공정하게 싸워서 이길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들의 공정은 지배와 착취라는 근원적 불공정을 은폐하는 허위인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지옥같다는 것과 한국의 청년들이 스트레스는 무겁고 기회는 적은 사회를 묘사하려고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한국 사회를 헬조선으로 만드는 중심에 독점재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 낸다. 그리고 박정희 이후 수십 년 동안 국가권력이 한결같이 재벌편에 서서 노동을 탄압해 왔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어떤 정권이냐가 문제되지 않는 증거로 이명박 정부의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과 나란히 문재인 정부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을 예로 들고 있다. 미국 대학교 3학년 학생이 다 알고 있는 이런 현실을 우리 노동운동은 과연 잘 알고 있는가.

대장동 사건은 이런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연일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정치권은 여와 야로 나눠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는 데 공모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천안함 사건도 덮었고 세월호 참사도 덮었다. 거기에는 모두 미국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들은 그들에게는 권력투쟁의 소재였을 뿐이다. 이번이라고 다르겠는가. 이번에는 바깥주인인 미국이 아니라 안주인인 재벌이 관련돼 있다. 그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이 지점에서 또 마르크스의 말이 떠오른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불어판 제7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고급노동은 항상 사회적 평균노동으로, 예를 들어 하루의 복잡노동은 이틀의 단순노동으로 환산되지 않으면 안 된다. 훌륭한 경제학자들이 이 ‘자의적 단언’에 대해 반대를 외친 것은 독일의 격언이 말하듯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 한다’고 하는 것이 딱 들어맞지 않겠는가!”

대장동 개발의 명목상의 주인은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다. 화천대유의 대주주로 알려진 김만배 씨가 실소유주 맞는가. 유수한 금융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듣도 보도 못한 기자를 보고 컨소시엄 구성에 응했겠는가. SK측은 5천만원 자본금의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 457억원을 독점 대여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실제 주인인가. 또 SK증권이 ‘성남의뜰’ 보통주의 86%를 가지고 있다. SK증권은 자기 돈이 아니라 7개 천화동인 돈을 특정금전신탁을 해 줬을 뿐이라는데, 특별한 관계없이 고작 3억원의 돈을 특정금전신탁 해 줬겠는가. 또 성남시는 화천대유에게 개발된 택지의 40%를 수의계약에 경쟁낙찰가의 65%로 팔고 수천억원의 분양수익이 예상되는 건축 시행사로 지정해 줬는데, 김만배 한 사람만 보고 그런 엄청난 특혜를 줬겠는가.

SK뿐인가.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같은 전문 투기꾼들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대부분 야권 성향인 다수의 전직 고위 법조인들이 여기에 빨대를 꽂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을 할 때 이뤄졌다. 배임 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된 유동규가 이 지사의 측근이라는 의혹도 있다. 이들이 합작한 부동산개발 복마전에 주민들은 땅을 수탈당했고 서민과 후세대는 집값 폭등의 희생자가 됐다. 개발이익을 얼마나 환수했느냐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민중을 수탈한 다음 그것의 일부를 환수한들 입은 피해가 다 사라지는가. 더구나 공공환수라고 우기는 것 가운데는 서민용으로 임대주택을 지어 주기로 한 약속을 파기하고 그 부지를 매각한 돈 1천822억원이 포함돼 있다.

대장동 사건은 헬조선의 주인인 재벌과 그 공범자들이 어떻게 부동산개발로 민중을 수탈하는 데 합작했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그들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며, 유사한 사례는 반복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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