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민주노총이 불평등 체제 타파와 사회 대전환을 내걸고 20일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5명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와 비정규직 철폐 △정의로운 전환과 일자리 국가보장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라는 3대 쟁취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총파업 당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3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준비에 한창인 윤택근(56·사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수석부위원장)을 만났다.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부위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달 2일 양경수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촛불 대통령이 국민 속여,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 왜 지금 총파업인가.
“문재인 정부는 촛불광장에서 터져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집권 5년차까지 제대로 달성된 게 하나도 없다. 양경수 위원장을 구속하고 국정농단 주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석방하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촛불광장의 혜택을 받은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코로나19 재난 시기에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억압하는 행태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총파업을 결정했다.”

- 비정규직 철폐가 총파업의 주된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민간영역은 시간이 걸리니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많은 분이 이 정도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이 제정됐지만 대체휴일에도 쉬지 못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 플랫폼·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도 침해받고 있다.”

- 정의로운 전환과 일자리 국가보장도 내걸었다.
“디지털 산업전환과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아 국가의 역할을 고민해 보자는 거다.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기존 일자리보다 안 좋은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상시적인 해고가 일어날 수 있다.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산업과 철강산업이 도태하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어떡할 거냐. 정부가 일자리를 책임지지 않으면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 이번 총파업에서 주거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는 이유는.
“젊은 노동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가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의료·돌봄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의료 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않는다.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충해 누구든지 보편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돌봄노동자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노동자’로 인정받았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돌봄 문제는 민간에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 서울지하철 파업은 철회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철도노조도 11월25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의무(PSO)에 따른 비용은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다. PSO 비용에 대한 정부 부담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고속철도가 KTX와 SRT로 분리되면서 일부 지역 주민들을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가 고속철도 통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5만명 파업, 서울 도심에 3만명 집결”
“방역수칙 준수할 것, 집회 보장해야”

- 총파업 규모는.
“단위 사업장별로 확인한 결과, 55만명가량이 참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일까지 참가 인원은 변동될 수 있다.”

- 당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집회가 열린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노동자들은 서울 도심으로 모인다. 3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구체적인 장소는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 50여개 장소에 집회신고를 했지만 금지통고를 받았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이 계엄령은 아니지 않은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법률로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회를 전면 차단해서는 안 된다.”

- 지난 7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야외 집회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지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7월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일방적으로 방문했다. 전국노동자대회 전날이었다. 김 총리는 정치적 행위를 할 게 아니라 민주노총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14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준비하는 시기에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면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마치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민주노총에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 거리 두기 등 내부 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집회를 실시할 방침이다. 게다가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정부와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어”

- 총파업을 계기로 노정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언제나 열려 있다. 언제든지 정부와 대화할 수 있다.”

-총파업 이후 행보는.
“총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화물연대본부, 철도노조 파업이 이어질 것이다. 다음달 13일에는 10만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전국농민대회와 빈민대회도 잇따라 개최된다. 내년 1월15일에는 전국민중총궐기가 열린다. 내년 3월 대선까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걸음이 뚜벅뚜벅 이어지는 것이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방침은 언제 정하나.
“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사회변혁노동자당 5개 진보정당이 머리를 맞대기 위해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꾸렸다.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이 하나가 돼서 대선을 치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많은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정치를 예단할 수 없지만 최대한 노력하고자 한다. 14일 중앙집행위원회 안건에 대선방침을 올렸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다음달 18일 다시 중집회의를 열어 논의할 것이다. 칼로 두부 자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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