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불안정하다’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에 의하면 ‘안정성이 없거나 안정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마치 비정규직 정의처럼 ‘정규직이 아니다’와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웬 불안정 타령인가? 코로나19 이후 언론 기사와 각종 논평을 보면 ‘불안정한 청년, 불안정한 노동’과 같이 청년과 노동 앞에 불안정하다는 수식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표현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듯이 도대체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정한 청년은 누구일까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불안정한 청년의 삶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이며,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체감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8월 ‘청년 생애 인터뷰’ 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더욱더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20명의 청년을 만났다. 15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는 초단시간 청년노동자,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소득을 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청년, 일자리가 없어 중·단기간 물류센터에서 종사한 청년, 사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 프리랜서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청년, 한 곳에 소속되지 못하고 여러 일자리를 넘나들며 지내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개인 성향에 따라 편차는 있었지만 이들 모두 각자의 불안정함을 갖고 있었다. 가정환경과 관계, 학업·진로 선택 계기, 부당한 일 경험이 끼친 영향, 개인적인 특수한 사건 등 생애주기의 전반적인 요소들이 현재의 불안정한 삶에 영향을 줬다.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은 하나의 아르바이트 일정이 생기면 비어 있는 날짜에 다른 아르바이트 일정을 잡는다. 두세 개 일자리를 정처 없이 순환하며 일을 한다. 그럼에도 15시간 미만이라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다. 인력을 감축할 때는 가장 먼저 해고의 대상이 된다.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은 인격적 대우를 받기보다는 쌓여 가는 물량을 빨리 쳐내야 하는 하나의 부속품으로 여겨지며 일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리화하며 일하고 있다. 다음 진로를 모색할 때까지 버티는 곳으로서 물류센터에 남아 있는 청년들이 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청년들은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어제와 내일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내고 있다. 언제 해고를 당할지 모르며, 다음날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당일이 돼야 알 수 있는 생활의 반복이다. 매일매일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안정감이 생길 수 있을까.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애에서 진로의 중요한 시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다. 부당한 노동의 경험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했고, 가정환경이 어려워 학업이나 진로의 고민보다는 생계를 꾸릴 일을 찾아야 했다. 적절한 직업훈련을 받지 못해 현장에서 부딪히고 깨져 가면서 숙련도를 쌓아야 했다. 홀로 이겨 내는 시간을 견딘 후 한참 뒤에 비로소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곤 했다. 참여자 중 한 명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었으면 자신의 방황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불안정하다는 것의 정의를 다시 생각했다. 불안정하다는 것은 결국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마음 둘 곳이 없으니 다시 불안정한 삶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마음 둘 곳 없이 일자리를 전전하고 하고 있지 않을까. ‘불안정한’이라는 수식어 이면에 있는 이들과 같은 삶의 이야기를 조명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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