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13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세브란스병원의 노조파괴 문건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세브란스병원과 청소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 노조파괴를 위해 ‘민주노총 탈퇴 전략’과 대응을 논의하며 구체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 병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병원 관계자 진술도 있어 경영진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태가BM은 노조파괴를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5건의 문건을 작성하고 수차례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2018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세브란스병원과 태가BM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노조와해 문건을 확보했다. 서울서부지청은 2019년 11월 일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지난 3월 검찰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와 청소용역업체 태가BM 관계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청이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업무용 메모나 공문 등을 보면 세브란스병원 사무국과 태가BM 경영진은 2016년 6월 민주노총 노조설립 이후 같은달 청소노동자의 민주노총 가입 원인을 분석하는 대책회의를 했다. 노동부 수사의견서에 따르면 병원 사무국장은 병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청소용역 민주노총 가입사태 및 향후대책’ 문건을 작성했고, 관련 내용을 구두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태가BM은 같은해 9월 조합원 구성 특성 전수파악, 구역별 이슈 채집 후 탈퇴유도, 비핵심세력 중심 흔들기 및 재배치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민주노총 탈퇴 3단계 단기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철산노(병원 내 복수노조)를 지원해 노조회비 0.3% 지원’ ‘부당노동행위를 의식해 노노대립으로 진행’ 등이 문건에 언급돼 있다.

지부는 노조파괴 사건에 병원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태가BM 즉각 퇴출과 교섭권 보장도 요구했다. 조종수 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장은 “원청과 하청에 사태 해결을 위한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로비 선전전을 시작으로 투쟁수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세브란스병원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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