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제재 조항이 규정된 개정 근로기준법이 14일 시행된다. 이제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괴롭힘 가해자가 사장이나 사장의 친인척일 경우에도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직장내 괴롭힘 ‘뭉개기’ 사라질까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2019년 7월 시행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동법 76조의3은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와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른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은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 △근무장소 변경·배치전환·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자에 대한 조치 △징계·근무장소 변경 등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보고받은 사람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도 도입됐다. 이를 위반해도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작은 사업장·특수고용직까지 적용해야”

“가족회사에 다니는데 사모님이 부장이다. 부장의 폭언이 가장 심하다. 부장의 목소리가 들으면 숨쉬기조차 힘들다.”

직장갑질119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 제보를 공개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뿐 아니라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과태료 부과 대상을 사용자와 사용자의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명시한 근로기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공개했다. 소규모 가족 기업에서 사용자와 친인척에 의한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인척이 아닐 경우에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폭행은 형법과 근로기준법상 폭행죄, 폭언·모욕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 관련 조항을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한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도 법 테두리 밖에 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5명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며 “원청 갑질을 당하는 하청노동자, 입주민 갑질에 시달리는 경비노동자 등 법 적용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피해 사실이 심각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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