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지난 28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주관으로 국토위 대회의실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실로 1년이라는 시간이 지체되다 가까스로 성사된 공청회다. 건설노동자의 생명·안전을 다루고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해 4월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를 계기로 건설노동자의 입에서 입으로 번지고, 법 제정 목소리로 모아졌다. 그 성과는 국회에서 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국회에서 해당 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을 잠들어 있다가 드디어 공론화라는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서 다뤄진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건설노동자들만이 아니다. 이 법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건설업계와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이들의 나팔수가 된 일부 언론이다.

이들의 주요한 논리는 내년 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이 어수선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법이 생겨 혼란을 가중한다는 것이다. ‘옥상옥’ 우려가 크다고 한다. 또한 “건설 경영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어딘가 닮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당시 법의 통과를 막아 나선 이들의 논리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또 필요하냐”는 당시 논리와 같다. 이번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데, 또 다른 법을 만들자는 것이냐”고 한다.

그러나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담지 못한 지점을 보완하는 법이다.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해 9월 처음 발의된 법안과 올해 6월 재발의된 법안을 비교하면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는 경영책임자 책무·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또한 사망사고 발생시 과징금 추징 비율도 법인 매출액의 최대 5%에서 관련 업종·분야별 매출액의 최대 3%로 조정했다. 이와 함께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의 중복 점검을 최소화하고 합동점검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과잉이니, 중복이니 하는 것은 제대로 법안을 살펴보지 않는 이들의 입방아에 지나지 않는다. 한 해 산재 사고사망자 중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건설노동자가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하겠다는 절박한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와 함께 “건설 경영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우려된다”며 이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반대했던 것과 똑같다. 이 또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피지 않은 것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 취지는 ‘건설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해 공사 참여자에게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발주-설계-감리-시공(원청·하청)-노동자까지 전 과정을 아울러 예방을 우선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면 처벌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또한 건설안전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아직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반대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이런 입장에는 반문하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냐고 말이다. 얼마나 더 건설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어딘가에서 날아온 물체에 맞아 죽고, 다치고, 깨져야 하냐고 말이다. 법이 발의된 지 꼬박 1년이 흘렀지만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다가, 부랴부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같은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가 주검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건설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발의한 법이다. 발의 후 1년을 꼬박 기다린 법이다. 그 절박함이 국회 문턱을 빨리 넘어야 한다.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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