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7일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2000-2016년 일로 인한 질병과 재해 부담 추계’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제연합 산하 국제기구 중에서 보건과 노동을 책임지는 두 단체가 직업안전보건 관련 사망자를 공동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HO와 ILO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일로 인해 죽은 사람은 190만명에 이른다. 주요 사망 원인은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이었다. 비전염성 질환에 따른 사망이 무려 81%를 차지했다. 질병 사망자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45만명(24%), 뇌졸중으로 40만명(21%),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35만명(18%)이 죽었다. 이에 더해 직업 관련 사고와 재해로 36만명(19%)이 죽었다.

WHO와 ILO는 장시간 근무, 사업장에서의 공기오염 노출, 천식 발현 물질과 발암 물질 노출, 그리고 인체공학적 위험 요인과 소음을 비롯한 19가지의 직업상 위험 요인이 사망률을 높인다고 본다. 특히 장시간 근무로 인한 사망자는 75만명(39%), 사업장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45만명(2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래프 참조)

2016년 일로 인한 사망자는 2000년보다 약 14% 하락해 전반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상황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시간 근무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심장병과 뇌졸중은 각각 41%와 19% 증가했다. 이는 일터의 안전보건 문제에서 장시간 근무를 압박하는 사회·심리적 위험 요소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WHO와 ILO는 노사정 3자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무시간 상한을 설정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사업장에서 공기오염원을 차단하고 먼지를 제거하며, 환기시설을 개선하고 개인보호장비를 강화할 것도 권고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일 때문에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개선하고 보호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각국 정부가 보편적인 보건안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정부와 사용자와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공동으로 취해야 한다”며 “근무 방식과 체제 변화를 통해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개인보호장구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 다음에 도입하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개인보호장구를 제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는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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