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서울지부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에 백신접종 유급휴가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일할 때 손목, 팔을 쓰는 직업이라 백신 접종 당일은 일을 미루고 싶었지만, 고객이 그날만 가능하다고 해 접종 후 오후 늦게 점검을 나가야 했어요.”

LG전자 렌털가전을 방문점검하는 LG케어솔루션 매니저로 일하는 주단비(36)씨가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달 1·2차 접종을 했다. 다행히 백신 후유증이 크지 않았지만 해열제를 먹으며 일해야 했다.

지난 5월 LG그룹은 전 계열사에 백신 휴가제 도입을 결정했다. 백신 이상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접종 다음날 이틀간 유급휴가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LG그룹의 주요 사업 분야인 LG전자 가전을 다루는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제외됐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특수고용직으로 LG전자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 소속이다.

금속노조 서울지부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백신 접종에서마저도 차별을 당했다”며 회사에 백신 유급휴가 부여를 요구했다.

주단비씨는 “백신 때문에 고객과 약속을 조정하면 회사가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약속을 미뤘다가 ‘불만족’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한 동료는 백신 접종 후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D사무소에서 일하는 매니저 ㄱ씨는 “VOC(voice of customer)가 두려워 백신 접종 다음날 예약된 13건을 모두 점검했다”고 말했다. VOC는 고객이 콜센터에 15분 이상 상담 및 민원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지부는 “VOC가 발생하면 사무소 관리자급 직원들은 소명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7월16일 회사에 공문을 보내 백신 유급휴가 지원을 요구했다.

하이케어솔루션은 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가 요구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LG케어솔루션 매니저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보고 회사에 교섭을 하라고 판정했지만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부는 “LG는 차별 없는 백신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노조를 인정해 단체교섭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 뒤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라는 내용을 담은 1만628명의 서명지를 회사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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