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다소 체계가 잡혀 있는 회사에서 노동자를 징계할 때 통상 몇 가지 절차를 거친다. 그 첫 번째는 조사고, 둘째가 조사 결과를 가지고 실시하는 징계위원회 개최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재심 성격을 가지는 징계 재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하나 선택적이다.

이러한 징계 절차 과정에서 노동자의 비위행위는 ‘특정’되고 ‘입증’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노동자의 ‘방어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이 불분명한 경우 사용자의 징계처분은 위법한 징계처분으로 평가돼 외부기관인 법원 내지 노동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 27조는 해고라는 징계처분에 있어서 서면주의를 택하고 있다. 법원은 서면에 담겨야 할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피징계자 노동자의 입장에서 구체적 징계혐의 행위 사실을 서면을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징계혐의 사실이 축약적으로 기재된 징계 서면이라 할지라도 회사 자체적 징계 조사나 징계위원회 과정에서 노동자가 구체적 비위행위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 노동자의 방어권은 보장됐으므로 해고 서면주의를 위반한 해고는 아니라는 뜻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법원은 징계사유인 혐의 대상 행위 사실을 특정하는 것은 처분장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문언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징계(해고 제외)를 위한 과정 전체에서 노동자에게 피혐의 사실로 알려진 행위는 징계처분장 등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유라 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징계해고가 아닌 감봉·정직과 같은 징계에서는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으로 스스로 징계 절차를 정하지 않은 이상 사용자는 징계 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견해다. 다시 말해 징계위원회 과정 없이 노동자를 징계해도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의 징계 조사나 징계위원회 등 절차에서 드러난 징계사유는 궁극적 징계처분장을 뛰어넘어 징계혐의자 노동자의 징계사유로 특정되기도 하고, 해고 처분장에 적시된 징계사유를 보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부 하급심에서는 징계처분장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을 징계소명 절차에서 인지했다며 해고 사유로 인정하기도 한다.

국가가 사인에게 불이익 취급을 가하는 형벌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장’에 의해 특정된 범죄사실에 국한해 심판한다. 하지만 사인인 회사가 사인 노동자에게 가하는 불이익 취급 대상의 특정은 궁극적으로 사용자 인사 절차 과정에서 정해진다. 이 두 가지 사안의 공통점은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어떠한 불이익 취급도 받지 않는다는 헌법의 기본권 원칙을 적용받는 국민에 대한 불이익 취급이라는 점이다.

현행 법·제도 및 법원의 법 해석 관점에서 사용자의 징계인사 절차는 개최 여부뿐만 아니라 조사 방법, 피혐의자 방어권 보장 방법 등 모든 내용이 사용자 재량에 맡겨진다.

그러다 보니 법원 판결을 앞세워 취업규칙이 없거나 징계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를 전혀 고지하지 아니하고 징계(해고 제외)를 하고 노동위원회 등에서 징계사유를 새롭게 밝혀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그 과정에서 징계사유를 계속 추가하거나 취소하는 다소 이해 못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 사용자들은 징계 절차를 정말 형식적 요식행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흔하게 많이 하는 주장은 징계위원회에서 소명기회를 줬으니 노동자가 자신의 징계혐의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회를 준 자체로 징계내용을 추가해도 된다는 오해를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징계에 있어 사용자 징계 운영 절차는 규범적 차원에서 통제돼야 한다. 분쟁을 적절하고 용이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는 징계해고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닌 점, 일반 징계 역시 사용자에 의해 징계사유가 특정되고 행위 사실이 확정되는 점, 사용자의 무분별한 징계사유 확장 허용은 헌법이 정한 불이익 취급 원칙에도 반한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또 이러한 법규에 따른 통제가 사적 자치를 저해하는 것도 아니다. 사용자가 법규에 따라 조사하고 위원회를 운영하면 법 기술적 하자를 이유로 노동위원회 등에서 위법한 징계 판정이 날 위험도가 줄어들 것이다. 노동자측은 처음부터 자신의 징계대상이 특정돼 방어·소명에도 유용하고 차후 법적 분쟁에서 공격·방어 대상을 한정해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 징계 절차는 입법을 통해 조사 대상을 특정하고 그것은 반드시 ‘행위 사실’ 로 해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야 한다(시간, 장소, 주체 인물, 내용 등). 그리고 조사가 이뤄진 사실 중 무엇을 징계사유로 삼고 무엇이 아닌지를 명확히 해 근거를 첨부해 징계위원회 개최를 요청해야 한다. 징계위원회는 그 특정된 비위 혐의 대상에 구속돼 심의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고지의 기간·내용 역시 법규로 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법규를 위반하면 그 징계는 무효라는 점까지 강행규정으로 정해야 한다.

‘무엇을 징계사유로 삼는가’라는 부분은 ‘징계사유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선행해야 한다. 최근 법원도 징계사유 특정은 형사소송법에서 말하는 특정은 아니라 할지라도 ‘시기, 피해 당사자, 내용, 방법’ 등 최소한 “징계처분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이 다른 비위행위와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서울행정법원 2018. 12. 6. 선고 2018구합68933)

불필요한 분쟁 방지와 직장 질서 회복이라는 목적 외에 징계권을 사용하는 것을 제재할 중요한 입법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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