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고객 갑질 같은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 노출된 스타벅스 노동자의 정신질환 유병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613명이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27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 전체 사업장에서 노동자 613명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우울에피소드(우울증) 진료 340명을 비롯해 △재발성 우울장애 26명 △공포성 불안장애 18명 △기타 불안장애 163명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 장애 66명이다. 진료건수는 3천879건이나 된다. 노동자 1명이 평균 6.3회 진료를 받은 것이다.

2017년 노동부 시정지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스타벅스 노동자는 꾸준히 늘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172명이던 정신질환 진료 노동자수는 이듬해 205명으로, 2018년 411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2019년 575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600명대를 넘겼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강도 높은 감정노동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7년 이미 감정노동 관련 산업안전감독으로 4건의 시정조치를 권고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울산지역 스타벅스매장에서 고객과 매장 관리자의 갑질 행위가 드러나 회사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당시 송데이비드호섭 대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스타벅스가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로 고객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이 정신질환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비스업 특성상 고객응대에 따른 고충이 쌓여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스타벅스코리아도 인지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 참여자수는 2019년 130여명에서 지난해 260여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산재도 4건에서 48건으로 늘어

이사이 산재도 급증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스타벅스코리아 노동자의 산업재해보상 신청은 80건으로, 이 중 75건이 승인됐다. 신청은 2016년 4건, 2017년 2건에서 2018년 10건, 2019년 16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48건으로 2019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산재 승인건 역시 2016년 3건, 2017년 1건, 2018년 9건, 2019년 15건, 지난해 47건을 기록했다.

상담건은 급증했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한 산재신청은 여전히 매우 적다. 지난해 47건 중 사고로 인한 신청은 45건(승인 44건)이었지만 질병으로 인한 신청은 3건(승인 3건)에 불과하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스타벅스 매장과 임직원수가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운데, 정신질환 진료와 산재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폭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 본인이 스스로 정신질환 같은 정신·몸 상태의 이상을 느끼고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해야 할 상황”이라며 “폭증의 배경에는 고객의 갑질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매장의 매출성과 압박 같은 요인도 겹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코리아 “심리상담 하고 있다”

산재신청이 가파르게 늘고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고용노동부는 2017년 근로감독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근로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호정 의원은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감독이 2017년 이후 없었다”며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쪽은 “정신질환 우려가 큰 직종이고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의 전반적 증가가 심각한 상황이라 회사쪽도 지속해서 정신질환 상담을 운용하고 있다”며 “성과급은 매출을 초과달성하는 매장이 다수라 못 받는 경우가 없어 스트레스의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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