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석탄을 채굴했던 노동자가 폐기능 재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폐기능 검사지침’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기존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폐기능 검사 결과 중 적합성 기준을 충족하는 검사 횟수가 3개 미만이더라도 심폐기능을 판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사망한 채탄부 A씨(사망당시 83세)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등급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1974년부터 약 12년9개월간 광업소 채탄부에서 근무했다. 분진 등을 마신 A씨는 1982년 진폐 진단을 받은 뒤 2009년 진폐장해 11급 결정을 받았다. 이후 진폐증이 악화하자 2018년 7월 공단에 진폐요양급여를 신청했고, 두 달 뒤 진단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받아 ‘진폐병형 4형’으로 진단됐다.

A씨는 진폐장해등급을 3급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단은 검사 결과 신뢰도가 부족하다며 재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A씨는 재검사를 받기 전인 2019년 1월 숨졌다.

A씨 아내는 공단에 진폐장해등급 3급을 기준으로 진폐보상연금의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재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해 폐기능 정도 판정이 곤란하다”며 7급으로 결정했다. A씨의 아내는 지난 2월 진폐장해등급을 3급으로 결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 대한 검사 결과는 신뢰할 수 있어 심폐기능을 판정할 수 있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폐기능 검사지침’에서 적합성을 만족하는 검사를 3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며 “판독자는 검사 결과가 기준에 다소 미흡하더라도 검사 대상자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폐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검사를 마치고 약 4개월 후에 사망했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심폐기능이 급격히 악화한 상태에서의 검사 결과에 불과해 신뢰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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