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공단이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운행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서울·부산을 비롯한 5개 지역 배달노동자 100여명이 넉 달간 수집한 운행 데이터는 ‘안전 배달시간 산출 시스템’에 쓰일 예정이다. 알고리즘 노동안전 규제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26일 공단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륜차 실시간 관제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륜차 실시간 관제사업은 배달 종사자의 운행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실시간으로 안전배달시간을 계산하는 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초 데이터 수집 시범사업이다.

서울과 경기·인천·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 배달노동자 100여명이 일하면서 LTE 통신모듈이 장착된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배달 운행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이 장비들은 GPS 신호와 가속도·자이로센서(회전 물체의 위치측정과 방향 설정에 활용되는 기술각속도 측정 기구) 등을 이용해 배달 속도와 직진·회전시 속도 같은 이륜차의 위험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운행 정보와 실시간 교통량, 날씨(온도·강우량·적설량) 등을 종합해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와 함께 분석한다.

공단은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사고 위험구역·다발구역을 설정하는 등 실시간 안전배달 시간을 계산해 길을 찾아 주는 ‘안전 배달시간 산출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누구나 사용 가능한 공개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AI 알고리즘에 대한 노동안전 차원의 규제가 현실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6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플랫폼 3사 AI 알고리즘을 검증한 결과를 보면 이들 회사의 AI 배차 시스템에 따라 음식을 배달하면 주행거리는 늘고 수입이 줄어 배달노동자들이 속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물이나 산 같은 각종 장애물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직선거리로 배달 시간을 산출하거나 배달노동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15분 내 주문된 음식을 픽업하도록 하는 등 안전운행을 방해하는 불공정한 알고리즘도 문제가 됐다. 특히 AI 배차를 수락하지 않으면 배차를 제한하거나 프로모션에서 제외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행법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이륜차로 물건을 배달·수거하는 사람의 산재예방 조치를 부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안전 배달시간 산출 시스템이 개발되면 배달시간 산출 산식 가이드를 배포하고 전산개방을 통해 이륜차 배달 플랫폼 중에서 불량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자진 퇴출을 유도할 예정”이라며 “안전운행 점수에 따라 산재보험료나 민간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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