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급성 뇌경색으로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은 노동자가 약물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면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더라도 기존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치료를 위해 투여한 약물 부작용으로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노동자 A씨의 남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식당 직원으로 일하던 A씨(사망 당시 36세)는 2017년 8월께 급성 뇌경색을 일으켰다. 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2018년 10월17일까지 요양을 승인했다. A씨는 요양 기간 중 항응고제를 지속해서 투약했다. 그런데 A씨는 2018년 10월1일 자다가 구토를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하루 만에 소장 출혈로 숨졌다.

A씨의 남편은 급성 뇌경색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가 아내의 사망 원인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자문의 소견 등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의 남편은 산업재해보상재심사위원회 재심사까지 기각되자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급성 뇌경색과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소장 출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 남편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요양 기간 중 투약한 항응고제 등으로 인해 소장 출혈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항응고제 등을 투약한 기간에 비해 실제 투약량은 적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뒷받침할 반증이 없는 이상, A씨가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처방받은 항응고제 등으로 인해 출혈의 위험이 증가했고, 다량의 소장 출혈로 이어진 원인이 됐다고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항응고제 등의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A씨의 소화기관 상태가 악화함으로써 소장 출혈이 더욱 용이하게 발생했거나 출혈량이 사망에 이를 만큼 증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고, 그러한 가능성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희박하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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