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손잡고’와 (재)공공상생연대기금 주최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공연대상생기금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파괴 공작, 국가배상 책임 공개법정 추진 선포식에서 박래군 손잡고 운영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전교조·전공노 중 제일 문제가 전교조예요. 왜냐하면 자라나는 세대한테 잘못된 생각을 집어넣어 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전교조는 우리가 타파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전교조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그런 거로 해서 큰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 주기를 바라고요.”

시민단체 ‘손잡고’가 23일 공개한 국가정보원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2010년 12월17일)에 나온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발언 내용이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민주노총·전교조·전공노를 소위 ‘3대 종북좌파세력’으로 강조해 왔다.

손잡고, 국정원 감찰조사 결과 공개
민주노총 산하 21개 노조 탈퇴 유도·보수단체 여론전

최근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 등을 통해 국정원·고용노동부 등 국가기관이 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하고 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국정원의 내부 감찰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민주노총을 적대하는 운영 기조를 통해 노조 선거에 개입해 민주노총 산하 21개 노조의 탈퇴를 유도했다. 보수단체를 이용해 여론전을 하기도 했다.

이에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실상을 드러내는 목적의 모의재판인 ‘공개법정’이 마련됐다. 손잡고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연대기금 대회의실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공개법정 추진 선포식을 개최했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됐다.

공개법정은 공소시효 등으로 노동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손잡고는 공개법정을 통해 노조파괴 공작과 손해배상 가압류의 책임 주체를 가릴 예정이다. 이날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를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지난해 58건이라고 밝혔다. 윤지선 활동가는 “노동자들은 노조파괴 수단으로 활용된 손배·가압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당시 청구된 소송을 지금도 감당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배·가압류 해결 위한 사회적 재판 진행
피고 대한민국·현대차·심종두 전 대표

원고는 민주노총과 조합원이, 피고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가 선정됐다. 심 전 대표는 2010~2011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등에 노조파괴 컨설팅을 제공한 인물이다. 당시 창조컨설팅은 168개 기업을 컨설팅해 14개 노조를 파괴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무력화에 공모했다는 이유로 피고로 선정됐다. 주최측은 소장이 완성되면 다음달 초순께 피고들에게 소장을 발송할 계획이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와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가 원고측을 대리하고,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와 송영섭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가 피고를 대리한다.

재판은 11월20일과 21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다. 이틀간 총 4차례 변론이 진행된 뒤 선고가 내려진다. 주최쪽은 판사 출신 변호사 등 재판부 3명을 구성하고, 시민들의 ‘한 줄 판결문’도 11월 공개법정 홈페이지(opencourt2021.com)를 통해 신청받을 예정이다.

원고를 대리하는 하태승 변호사는 이날 선포식에서 “국정원이 자인한 노조파괴 공작 문건을 처음 본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며 “국가권력이 노조파괴 공작을 은밀하고 강렬하게 진행했다는 믿기 어려운 진실이었는데, 대한민국은 민주노총과 노동자들에게 단 한 차례 사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노조파괴 공작은) 21세기인 2010년 민주사회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한국 현대사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시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야 한다. 국정원이 자행한 범죄행위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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