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WHO와 ILO가 공동으로 발간한 ‘2000-2016년 일에 따른 질병과 재해 부담 추계’ 보고서의 표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노동자 200만명이 일로 인해 죽는다.

22차 세계안전보건대회(World Congress on Safety and Health)가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122개국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다. “연결된 시대의 예방: 모두를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일을 만드는 글로벌 해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사회보장협회(ISSA), 그리고 ‘캐나다직업보건안전중심’(Canadian Centre for Occupational Health & Safety)과 ‘일과건강연구소’(Institute for Work & Health)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대회는 글로벌 공급사슬과 기술을 통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와 지식의 교환, 그리고 정보처리가 이뤄지는 오늘날의 고도 연결 세계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기회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과 보건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 “변화하는 일의 세계가 직업안전보건에 던지는 함의” “예방 문화(a culture of prevention)의 증진”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일에 관련된 재해와 질병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고위험 산업에서 전통적인 위험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신규 직원과 청년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 더해 디지털화와 글로벌화, 그리고 인구 변화와 일의 유연성 증가가 ‘일의 세계(the world of work)’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이 때문에 생기는 새로운 일의 형태와 조직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을 세계 각국의 노사정 대표와 연구자들이 토론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대회의 목표다. 특히 “일 때문에 생기는 재해와 질병은 모두 예방가능하다”는 사고방식을 확립함으로써 산업재해는 필연적이고 직업병은 불가피하다는 잘못된 관념을 무너뜨리는 글로벌 운동이 필요하다고 이번 대회조직위원회는 강조한다.

연설자로 나선 요아힘 브루어 ISSA 회장은 “60년 전 세계안전보건대회가 시작된 이래 예방의 세계에는 거대한 변화들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은 사회보장기관들이 자신의 활동 중심을 ‘재해와 질병에 대한 보상’에서 ‘활력 있는 예방 전략’으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2019년 채택된 ‘ILO 백주년 일의 미래 선언’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조건은 좋은 일자리의 근본”이라고 명시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예방을 중심에 두는 안전보건 문화는 코로나19 전염병의 관리와 안전한 업무 재개,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지적했다.

오언 투더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차장은 “일로 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직업안전보건을 결사의 자유나 단체교섭권처럼 ILO 기본협약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내년 국제노동회의(ILO연차총회)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가 직업안전보건을 일터의 기본원칙과 권리로 인정할 때까지 10초마다 노동자 한 명이 죽어 나가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라고 투더 사무차장은 전망했다.

IL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200만명의 노동자가 일로 인해 죽는다. 하지만 그 근거가 되는 각국 정부의 산업재해와 직업병 통계가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정보 소외와 격차로 인해 관련 보고서의 수준이 형편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제 사망자는 (200만명을 훨씬 넘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국제노총은 추정하고 있다.

국제노총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직업안전보건(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고 △안전보건위원회를 비롯한 안전보건관리체제(OSH Management System)에 노동자와 노조를 적극 참여시키며 △위험한 일을 거부할 권리를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산업재해와 직업병 관련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21차 세계안전보건대회에서는 산업재해와 직업병에 따른 사망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Global Vision Zero Campaign’을 출범시킨 바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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