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56226

1. 임금인상 소급분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해 온 하급심 판결들

원고들은 자일대우버스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정기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미지급 연장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연차휴가수당·주휴수당 포함)을 청구했다. 부산고등법원(원심)은 피고측의 신의칙 항변을 기각하는 한편, 임금인상 소급분(각주1)은 재직자에게만 지급돼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부산고등법원 2017. 11. 15. 선고 2015나5422 판결).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가 타타대우 통상임금 사건에서 최초로 임금인상 소급분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한 이후 S&T중공업·근로복지공단·자일대우버스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하급심에서 통상임금성을 부정해 왔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이러한 하급심 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2.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 요지

가. 원심판결 요지

임금인상 소급분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그런데, ① 임금인상 소급분은 노사 간에 ‘임금을 인상하고 인상된 임금을 소급해 적용한다’라는 사후적인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그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라는 점 ② 위 임금인상 소급분은 그 지급액을 결정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 없이 노사가 사후에 임금인상액을 얼마로 정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서 그 최소한의 금원도 확정돼 있지 아니한 점 ③ 위 임금인상 소급분은 임금협상이 체결될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와 같은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기 전에 그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어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금인상 소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임금협상에 따라 소급해 지급된 부분은 이를 각 공제해 통상임금을 산정해야 한다.”

원심판결의 논거 중 세 번째 즉 임금인상 소급분이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이 사실상 핵심이다. 임금협상 타결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됐다면 그 어떤 논리로도 통상임금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나. 대상판결 요지

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초과해 근로를 제공하거나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것 이상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이나 소정근로와 관계 없이 지급받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라 할 수 없지만,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그에 대한 대가로 정한 이상 그것이 단체협상의 지연이라는 우연적 사정으로 인해 소급적용됐다 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나 통상근로 이상의 근로에 대해 또는 소정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해 그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나)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임금인상 소급분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 등에서 이를 기본급·정기상여금과 같이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정했다면 그 성질은 원래의 임금과 동일하다.

다) 만약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시간당 임금이 1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시간 연장근로시 그에 대해 1만5천원을 받게 된다. 사후적으로 시간당 임금을 1만5천원으로 소급인상했음에도 소급인상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면 연장근로 1시간에 대한 임금은 여전히 1만5천원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이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과 동일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통상임금의 기능적 목적에 반하는 것이 된다.

라) 소급기준일 이후 임금인상 합의 전까지 근로자들이 소정근로를 제공할 당시에는 임금의 인상 여부나 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근로자들은 매년 반복된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소급기준일 이후의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고, 노사 간 소급적용 합의 효력에 의해 소급기준일 이후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인상된 기본급을 기준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즉 위와 같은 노사합의는 소정근로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 평가 시점만을 부득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룬 것으로, 그에 의한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마) 피고는 임금인상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된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의 성질을 달리 볼 사유가 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의의

(1) 원심판결은 임금인상 소급분이 재직자에게만 지급되고, 퇴직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은 사정을 들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부정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유로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그동안의 오랫동안 계속된 하급심 판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높이 평가돼야 할 것이다.

(2) 그러나 그동안의 하급심이 ‘임금인상 소급분이 재직자에게만 지급되고 퇴직자에게 지급되지 아니한 사실’에 주목해 고정성을 부정해 온 논리에 대해 대상법원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라고 언급했을 뿐, 퇴직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사실이 왜 고정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3) 사용자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퇴직자에게 지급할 법적의무를 부담하는가? 그렇다. 퇴직자의 임금인상 소급분은 장래에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종전에 실시한 과거 노동의 대가다. 임금협상에 따른 기본급 인상의 효력에 따라 재직자의 과거 노동시간에 대해 소급적용된다면 당연히 퇴직자의 과거 노동시간에도 소급적용돼야 할 것이다. 만약 단체협약에 의해 퇴직자의 소급인상분 청구권을 배제한다면, 이는 이미 그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지급청구권에 대한 포기로써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다32193 판결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6다32193 판결(각주2)).

(4) 위와 같이 퇴직자의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사용자에게 지급할 법적 의무가 있는 임금에 해당함에도 단순히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각주3),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각주4)).

<각주>

1) 예를 들어 임금 인상 적용시기가 매년 3월1일인 사업장에서 임금협상이 지연돼 6월1일에 타결됐고 기본급 월 5만원 인상하는 것으로 노사합의됐다면, 이러한 협상 결과에 따라 3·4·5월분 기본급에도 소급적용되므로, 사용자에게 임금인상 소급분 15만원(매월 5만원 × 3개월)을 추가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2) 그리고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다. 때문에 근로자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이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

3) 위와 같이 소정근로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자의 근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대해 얼마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정했는지를 기준으로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 금품이 소정근로시간에 근무한 직후나 그로부터 가까운 시일 내에 지급되지 않았다고 해 그러한 사정만으로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4) 단체협약 등에 의해 정기적·계속적으로 일정 지급률에 따라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지급기일 전에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그 지급조건에 관해 특별한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정기상여금의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면서, 정기상여금에 관해 근무기간에 비례해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전자의 규정 문언만을 근거로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취지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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