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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안전의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 3명의 열차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1심에서 법정최고형인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최근 대법원이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킨 대우건설에 벌금 1천만원을 확정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단독(맹준영 부장판사)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철도공사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고 당시 부산경남본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마산시설사업소 삼랑진시설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밀양시설반 선임시설관리장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밀양시설반 시설관리원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급커브 구간 선로작업
열차감시자 적정 배치 안 해

2019년 10월22일 오전 10시14분께 경남 밀양시 밀양역 부근에서 철도공사 소속 노동자들이 선로를 보수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노동자 1명이 열차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졌고 2명은 크게 다쳤다.

당시 선로는 급격한 곡선 구간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감시자가 추가로 필요했다. 사측은 열차감시자를 추가 배치하는 내용의 작업계획서를 작성했는데도 노동자를 추가로 보내지 않았다. 또 감시자가 무전기 소지자에게 열차 진입 사실을 알렸지만, 무전기 소지자가 무전을 듣지 못해 작업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 당시 100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했는데도 무전기의 최대 음량은 약 85데시벨에 불과했다.

옛 산업안전보건법상 상한선 선고
“피해자에 책임 전가, 뉘우쳤나” 질타

법원은 “산업현장의 구조적·총체적인 안전조치 결여로 인해 작업 현장에 내재한 고도의 위험이 현실화해 근로자가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철도공사에 대해 법정형의 상한인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당시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벌금 1억원이 법정 최고형량이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법인에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하도록 2019년 1월 개정됐다.

재판부는 “현장에 구조적인 위험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공사측에서 이를 도외시한 채 안일한 문제의식에 따라 주의·감독의무를 소홀히 하고 작업 현장에 관해 체계적인 안전조치를 수립·실시할 의무를 정면에서 위반했다”며 “피고인들 모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한국철도공사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도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는 사망한 근로자 유족의 피해를 직접으로 회복시키거나 나머지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관련해 어떠한 구체적·적극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 모두 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수사기관의 진술 대부분을 뒤집고 심지어 피해자들측에 사고로 인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과연 진지하게 범행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철도공사에서는 매년 2명 이상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출받은 철도공사의 10년간 산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업무상 사유에 따른 부상자는 632명, 사망자는 1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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