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지난달 27일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지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시정지시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이 택배기사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단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가 최근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리점연합회 취하 이유 “입장 내기 곤란”
택배기사 변호인 “다툴 실익 없다고 판단한 듯”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대리점주의 변호인이 지난달 27일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지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시정지시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취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들이 2019년 12월 항소를 제기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항소심은 대등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6부(홍성욱·최한순·홍기만) 심리로 지난해 6월부터 일곱 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이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항소 취하 이유에 대해 “김포의 대리점장이 노조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시점에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택배기사쪽을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대리점쪽 변호인이 1년 가까이 변론이 진행되던 중 어느 순간 항소 취하를 검토해 본다고 했는데, 결국 항소 취하로 이어진 것 같다”며 “더 이상 다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두섭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도 “대리점 택배기사에 대해선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법원이 일관되게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11월 대리점의 공고 의무를 인정한 중노위의 재심 판정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택배기사를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인정했다. 택배기사가 대리점에 전속돼 업무를 하는 점, 대리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정부가 2017년 11월 전국택배노조에 설립신고증을 발부하자 노조는 이듬해 1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에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교섭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지 않자 지방노동위원회에 “대리점이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공고하라”며 시정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노조 주장을 인용했고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했다.

CJ대한통운도 부당노동행위 재심 불복 행정소송 제기

대리점이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노동계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단체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에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노조는 지난해 3월 사측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니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의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노위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올해 6월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가 맞다며 초심 판정을 뒤집고 노조쪽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는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 재판에서 대리점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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